최규선-김홍걸씨 함께 벤처캐피털 설립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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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가 김홍걸씨와 자본금 10억달러(약 1조3천억원) 규모의 다국적 벤처캐피털 회사를 세우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崔씨가 사장으로, 金씨는 임원이자 애널리스트로 참가하는 사업계획서까지 만들었고 투자자와 회사 이름까지 정했다.

23일 崔씨의 핵심 측근은 "崔씨가 이 사업에 상당히 애착을 갖고 있었으나 金씨의 큰 형인 김홍일(金弘一·민주당)의원의 반대와 김은성(金銀星)전 국정원 2차장의 방해로 무산됐다"며 당시의 스토리를 전했다. 김은성 전 차장은 진승현 게이트와 관련해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사람이다.

이 측근에 따르면 崔씨는 2000년 2월 김홍걸씨와 함께 국제금융계의 거물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왕자를 만났다고 한다. 미국 콜로라도주 로키산맥의 아스펜에 위치한 스키리조트에서였다. 崔씨는 이곳에 휴가 온 왈리드 왕자와 함께 하룻밤을 지내면서 그를 김홍걸씨에게 소개하고 사업계획을 설명했고, 10억달러 투자약속을 받았다.

회사 이름은 '킹덤 홀딩 코리아'로 정했다. 그리고 김홍걸씨는 한국에 와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는 것이 측근의 말이다. 그러나 김홍일 의원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일이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일 의원 측근인 민주당 金모 전 의원이 "김홍일 의원이 '회사 설립을 막겠다. 회사가 만들어지면 아버지와 절연하겠다'고까지 말했다"며 崔씨를 말렸다고 한다.

김홍일 의원은 2000년 6·15 공동선언을 성사시키고 돌아오는 金대통령 귀국 환영장에서 동교동계의 좌장격인 권노갑씨에게까지 "회사 설립을 말려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회사를 설립할 경우 언론의 표적이 되는 등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金의원의 논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청와대에서 열린 가족회의에서 '회사 설립은 없던 일로 하자'는 결론이 났다는 것이 崔씨측의 말이다. 그리고 이에 화가 난 김홍걸씨는 청와대에서 뛰쳐 나와 서울 하얏트 호텔에 묵었다고 한다.

당시 김은성 차장도 崔씨에게 "회사를 만들지 말라"는 압력성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회사 설립은 무산됐지만 이 사건은 그후 崔씨와 김홍걸씨의 관계를 설명하는 일화로 崔씨 주변에서 구전(口傳)되고 있다.

성호준·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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