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 깜짝 선발 실링과 오늘 한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이치로를 꿈꿨던 소년에서 커트 실링과 겨루는 당당한 청년으로.

'꿈의 데뷔전'이다. 왼손 유망주 봉중근(21·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이 24일 오전 8시35분(한국시간) 메이저리그에 깜짝 선발로 등판, 지난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 커트 실링과 당당히 겨룬다.

봉중근은 신일고 2년에 재학 중이던 1997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최우수선수로 뽑힌 뒤 브레이브스와 1백20만달러에 계약, 미국으로 건너갔다. 등번호 51번을 고집하며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를 우상으로 여겼던 그는 미국에 건너간 뒤 타자를 포기하고 투수에만 전념, 같은 51번을 단 왼손투수 랜디 존슨(다이아몬드백스)을 꿈꿨다.

98년부터 4년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기량을 갈고 닦은 그는 이제 자신의 우상 존슨과 김병현이 속한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꿈의 빅리그 데뷔전을 치른다. 존슨의 절친한 동료이자 올시즌 3승1패를 기록 중인 실링이 맞상대다.

봉중근이 "일러야 9월께 빅리그 승격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승격은 전격적이다. 올해 브레이브스 투수진 가운데 그레그 매덕스·알비 로페스·제이슨 마키스 등 세명의 선발투수가 부상자 명단에 올라간 것이 그의 승격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브레이브스는 23일 마키스를 부상자 명단에 올리면서 봉중근이 예정돼 있던 마이너리그 더블A 선발을 취소하고 24일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선발등판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경기에 합류한 봉중근은 94년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를 시작으로 김병현과 조진호·이상훈·김선우(이상 보스턴 레드삭스)에 이어 여섯번째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한국인이 됐다.

비록 구멍난 선발진을 메우기 위한 '임시 선발'이라 언제까지 메이저리그에 머물지는 알 수 없지만 이날 승격으로 봉중근에 대한 구단의 기대와 믿음은 충분히 확인됐다.

봉중근의 에이전트사 CSMG의 김종훈 부사장은 "마이너리그에서 미국의 야구문화와 영어에 익숙해진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에 경기 운영 능력과 변화구를 중점적으로 다듬었다. 이번 승격은 일시적이 되겠지만 풀타임 메이저리거 진입도 멀지 않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태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