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 칸 경쟁부문에 진출 '춘향뎐'이어 신작 '취화선' 두번째 쾌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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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임권택(權澤·66)감독의 신작 '취화선(醉畵仙)'이 다음달 15~26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제55회 칸 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이 영화제 경쟁부문에 한국 장편영화가 초청된 것은 2000년 감독의 '춘향뎐' 이후 두번째다.

영화를 제작한 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는 22일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현지 시간 24일 구체적인 선정 이유와 다른 초청작 명단을 현지에서 직접 공개할 예정"이라며 "이번엔 트로피를 하나 받아왔으면 좋겠다"며 솔직한 '욕심'을 드러냈다.

22일 오전 롯데화랑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감독은 무척 흥분한 듯했다. '취화선'의 칸영화제 진출은 개인의 영광은 물론 한국영화의 저력을 알리는 경사임에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감독은 막판까지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제 마감시한을 넘어 1차 편집본을 제출할 정도로 시간에 쫓겼던 것.

감독은 "칸영화제 문턱이 워낙 높아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다. '춘향뎐'으로 칸에 가긴 했으나 이번에도 참여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취화선'은 조선 후기 천재화가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1843~97)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장승업의 치열한 장인정신과 암울했던 조선 말기의 시대상을 총체적으로 담았다. 그런 만큼 감독은 유난히 이번 작품에 많은 애착을 보이고 있다. 자신이 연출했던 어떤 영화와도 비교할 수 없는 지원과 성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음악·영상·편집 등 모든 면에서 만지고 또 매만졌다. "관록이 쌓이면 촬영하는 순간 편집이 어느 정도 머리 속에 정리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외국인의 기호에 맞춰 영화를 만든 적은 한번도 없다. 외국 전문가들이 '취화선'을 어떻게 볼지도 미지수다. 또 심사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이번 영화에 대한 평가도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그들이 이번 영화에서 우리 문화의 기품은 느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림·음악·의상 등 모든 면에서 정성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춘향뎐'의 경우 평론가·외국 영화계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개봉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점. 감독은 "'춘향뎐'에선 무참하게 실패했으나 이번에 '서편제'처럼 촬영하면서 기대치가 조금씩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번 흥행에 불이 붙으면 예상치 못한 기록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최민식·유호정 주연의 이 영화는 다음달 10일 개봉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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