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신정 등 현재론 개발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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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서울 2차 뉴타운 사업이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암초에 부딪혔다. 관련 법규가 현실에 맞지 않아 일부 구역을 빼고는 사업이 제자리 걸음이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 사업인가를 거쳐 본격 개발에 나서려던 서울시의 계획이 지켜질지 의문이다.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뉴타운 지분 값은 약세로 돌아섰다. 거래도 끊겼다. 뉴타운은 부동산시장 침체 속에서도 그나마 거래가 되던 드문 투자처였다. 우림건설 강명규 전무는 "제도적 뒷받침이 안 돼 사업 추진이 멈춘 뉴타운지구가 많다"고 지적했다.

◆법규.제도에 원천적 구멍=뉴타운 개발 방식은 크게 ▶도시개발 ▶재개발.재건축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나뉜다. 2차 뉴타운 12개 지구 중 방화 등 3곳은 도시개발 방식을, 영등포.중화 등 4곳은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을 채택하고 있다. 아현.전농 등 나머지 4곳은 기존 재개발과 연계해 추진 중이다.

그러나 상당수 지역이 추진 과정에서 벽에 부딪혔다. 법규의 허점 탓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도시개발 방식은 도시개발법, 재개발.재건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의 적용을 받는데, 도시개발법의 경우 나대지가 총면적의 50% 이상인 곳에서만 환지(換地)가 가능하다. 하지만 2차 뉴타운 중 나대지가 50% 이상인 곳은 없다. 도시개발 방식으로는 사실상 뉴타운사업이 불가능한 셈이다. 환지는 조합원들의 지분 가치만큼 다른 곳에 땅을 배정하는 절차다.

대우건설 장성각 상무는 "도시개발법은 용인 등 수도권의 빈 땅에 아파트를 짓는 경우를 감안해 만든 법이어서 뉴타운에 적용하려면 손질해야 한다"며 "환지가 안 되면 관리처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개발 방식으로 추진하던 곳도 어려움을 겪는다. 뉴타운 기본계획과 기존 재개발사업 블록 간에 차이 때문이다. 이런 곳은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과 공공기관 설치계획을 고쳐야 한다.

◆뉴타운특별법까지 거론돼=서울시는 제도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최창식 뉴타운사업본부장은 "현행법으로는 환지 문제 때문에 도시개발 방식의 개발이 어렵다. 도정법 적용 지역부터 우선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도시개발 방식 지역은 환지가 가능하도록 소규모 블록으로 나누는 방안을 강구해 2차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우선 시행 대상에서 밀린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도시정비업체 퓨처씨엠 김보희 대표는 "일부 지역의 경우 환지 등 재산권 침해에 따른 민원이 벌써 불거지고 있다"고 전했다.

강북 지역 일부 국회의원들은 뉴타운 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뉴타운특별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부건설 김경철 상무는 "뉴타운 사업이 지방에서도 가능한 만큼 지자체가 아닌 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내년 초까지 2차 뉴타운지구에 대한 기본계획을 승인한 뒤 상반기 중 구역지정.사업인가를 마칠 계획이다.

◆거래 실종에 호가도 하락=사업이 지연되자 뉴타운 지분 투자는 거의 끊겼다. 일부 지역은 호가보다 10% 이상 싼 급매물도 팔리지 않아 매물이 쌓여 있다.

마포구 아현뉴타운에 속한 공덕3구역도 비슷하다. 신공덕동 부동산써브공인 윤성희 사장은 "6평짜리 지분의 매매 호가는 1억3000만원이지만 실제는 1억원 안팎의 급매물만 간혹 거래된다"고 귀띔했다. 교남.전농.미아.중화구역 등도 거래 없이 호가가 내려가고 있다. 중랑구 중화뉴타운은 대지 15평 이상 지분 값이 평당 700만~800만원으로 한두 달 새 평당 30만원 떨어졌다.

조인스랜드컨설팅 백준 대표는 "뉴타운은 서울시가 적극 추진한다는 것 때문에 값이 급등했는데 법규 미비로 지연될 수 있으므로 신규 투자는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종수 기자

[바로잡습니다] 12월 20일자 E13면 서울 2차 뉴타운 기사 중 '신정뉴타운은 도시개발방식으로 추진돼 현재 상태로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부분을 현행 도정법으로도 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바로잡습니다. 최근 주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 주택 재개발을 주력으로 하고, 재건축을 일부 채택하는 쪽으로 사업방향이 결정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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