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터놓고 말하는 한국인 속마음 알기 힘든 일본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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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국인과 일본인이 처음 만나 술을 마시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친해졌다 싶자 한국인은 매우 직설적으로 속마음의 대부분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일본인은 술자리가 파할 때까지 자기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다음날 한국인은 괜히 손해본 것 같고, "일본인은 속을 알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일본인의 성격을 특징짓는 대표적인 말이 '혼네와 다테마에'다. 간단히 말해 혼네(本音)는 속마음,다테마에(建前)는 겉 표정이다.물론 사람이면 누구나 속과 겉이 다를 때가 있다. 그러나 일본 국민은 유달리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성향이 짙어 이런 말이 붙었다.

이로 인해 대인관계에서도 차이가 크다. 많은 한국인은 "일본인들과 협상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일본어 표현의 '소우데스네'(そうですね)는 한국말로 '그렇네요'다. 이 말만 들으면 "당신 의견에 동의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소우데스네'는 단순한 맞장구에 불과하고, "나중에 생각해보겠다"는 속뜻이 담겨 있다. 이를 오해해 낭패보는 한국인도 적지 않다. 일본인들은 속마음의 변화가 표정·태도에 크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말꼬리나 표정의 미세한 변화를 잘 간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한국인끼리는 처음 만나서도 쉽게 의기투합하고 의형제를 맺기도 한다. 그러다 잘 헤어진다. 그러나 일본인 사이에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일본인의 혼네를 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해서 한번 혼네가 트이면 매우 끈끈하게 오래간다.

한국인들은 다툰 후에도 잘 친해지는 편이지만 일본인들은 거의 다투는 일이 없다. 불쾌해도 혼네를 보이지 않는다.그러다 싸우면 인간관계는 끝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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