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코베인 사망 8주기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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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1994년 4월 8일, 미국 시애틀의 한 가정집에서 죽은 지 사흘된 사내가 전기공에 의해 발견됐다. 90년대 대중음악의 판도를 바꿔버린 그룹 너바나의 리더, 얼터너티브 세대 또는 엑스 세대를 대표하던 록스타 커트 코베인이었다.

머리에 산탄총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의 옆에 놓여 있던 노트에는 닐 영의 노래에서 인용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희미하게 사라져 가는 것보다 불타 없어지는 편이 낫다'. 고뇌하는 젊은 영혼들의 화신이었던 20세기 최후의 로큰롤 영웅은 그렇게 허망하게 사라졌다.

90년대 대중음악·문화의 주된 경향은 단연 얼터너티브였다. 80년대 초반 등장한 얼터너티브 록은 기본적으로 주류 음악에 대한 반동의 성격을 강하게 띤, 펑크·팝·헤비 메탈·사이키델릭 등의 요소를 가진 언더그라운드 음악이었다. 하지만 91년 너바나의 두번째 앨범 '네버 마인드'의 등장과 함께 이 장르는 순식간에 대중음악의 판도를 뒤집어놓았다. 일부 열광적인 팬들만 숭배하던 인디 록이 너바나로 인해 주류의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

얼터너티브와 그런지(grun

ge)를 단숨에 주류 음악계의 중심에 세운 너바나가 대중음악에 끼친 영향력은 비틀스의 그것에 비견할 만했고, 밴드의 핵심 인물 커트 코베인은 새로운 시대의 아이콘이자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우상으로 자리잡았다.

펑크에 바탕을 둔 단순한 코드 전개와 강조된 노이즈, 기존 헤비 메탈 그룹들로 인해 이미 익숙해진 사운드, 거칠기 짝이 없지만 열정이 담긴 목소리, 극히 단순하지만 한번만 들어도 잊을 수 없는 멜로디와 기타 리프로 특징되는 너바나의 음악은 이후 국적을 불문하고 숱한 그룹들에 영향을 끼쳤다.

90년대 젊은이들의 송가(頌歌)로 자리한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을 비롯해 '인 블룸' '컴 애즈 유 아' '올 어폴로지스' 등의 곡들이 고전(古典)이 된 까닭은 명백하다. 누구나 공감하는, 어두운 면까지 담은 꾸미지 않은 젊음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인기와 스타덤의 매혹에 이끌리지 않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통해 세상과 타협하기를 거부한 커트 코베인. 그는 가고 없지만 그와 너바나는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 채 오늘도 새로운 젊은이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김경진<팝 칼럼니스트>

지난 8일은 그룹 너바나의 리더였던 커트 코베인의 사망 8주기였다. 너바나와 커트 코베인이 남긴 음악적 발자취를 다시 생각해 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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