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욕구변화 맞춰 새 형태 記事 시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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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세계에서 한국에만 독특한 미디어 현상이 있다. 신문의 유료부수는 줄고 있는데 인터넷 신문들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점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경우 종이신문 열독률은 88.8%에서 75.6%로 13.2% 포인트 감소한 반면에 인터넷 신문 열독률은 10%에서 28.1%로 늘었다.

이러한 현상은 가속되리라는 전망이다. 기존의 신문들이 독자의 욕구 변화에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최근 한국 사회는 정치적 지형은 물론 개인의 생활방식, 가치관, 이상까지 급변하고 있다. 변화의 주역은 '개체화하고 수동적인 존재'들이 아니라, 스스로 '능동적이고 주체화'된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 들이다.

이들은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감성과 즐거움을 찾는 실용적인 삶을 살면서 개혁까지 바라고 있다.

변화를 주도하는 주인공들은 인터넷에 익숙해져 있고, 하루에도 수십 차례 인터넷 서핑을 통해 정보수집과 커뮤니케이션을 즐기고 있다. 여기에는 젊은층뿐만 아니라 여성층과 중년의 화이트 칼라들도 포함돼 있다.

미국과 독일 등 선진 신문업계는 세기적 전환기에 변화하는 독자들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해왔다. 그 결과 편집 및 디자인 혁명, 레저와 문화 관련 섹션 확대, 독자와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실현 등이 방법론으로 제시됐다.

90년대 중반부터 한국 신문들도 섹션편집, 가로쓰기, 전문 기자제 등을 도입해 일본식 신문제작 모델에서 서구식 신문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소프트웨어는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신문의 신뢰도 위기를 연구한 서울대 강명구 교수는 "언론인들이 정치·사회환경 변화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독자들의 기대치 상승'에 대해 주목하지 않는 점이 의외"라고 그 원인을 진단하고 있다.

최근 한국 신문사들도 독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불만처리 센터, 독자위원회 등 다양한 장치를 갖추는 추세다. 그러나 독자들의 욕구 충족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과감한 개혁이 요구되는 것이다. 한국형 시민 저널리즘 혹은 공공 저널리즘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편집과 기사 쓰기 모델을 시도할 때다.

아직도 많은 독자들은 '기자와 데스크만이 이해하는 기사들'이 흔히 보인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사안·사건을 잘 이해하게 하는 긴 호흡의 기승전결이 있는 기사들, 기획 및 탐사기사를 원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어느 국가보다 고등 학력 사회다. 누구나가 정치와 경제에 일가견을 피력하는 '대중 지식인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독자들이 정치인·교수·언론인들보다 세상의 변화에 더 민감하고, 더 이해가 빠를지도 모른다.

한국 독자들이 기자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관한 한국언론재단 설문 조사에서, 많은 독자들이 '기자는 타 직종의 종사자들보다 전문지식과 능력 및 자질이 우수하다'고 답변했다.

독자들이 아직도 신문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증거다. 따라서 언론인들에겐 세상의 맥을 짚는 지성도 중요하지만 독자들의 감성을 읽으면서 기사를 쓰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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