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제조업 1위 미국 따라잡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미국이 110년간 유지해 온 제조업 세계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줄 판이다. 미국 기업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 회사들이 몰라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게 되면 환율 효과로 인해 올해 안에 1, 2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CNN머니는 22일 지난해 중국의 제조업 생산액이 1조6000억 달러로 미국(1조7000억 달러)에 바짝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경제조사업체 IHS글로벌인사이트의 분석에 따른 것이다.

두 나라 간 격차는 올 들어 더 좁혀지고 있다. 5월 중국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 늘어났으나, 미국 제조업 생산은 같은 기간 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생산 설비를 감축한 미국 업체들이 많다. 여기에다 상당수 기업들이 경기회복에 대한 불안감으로 증설을 주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수천 개의 제조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릴 생각을 하고 있지만 향후 경기회복 속도를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어 눈치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IHS글로벌인사이트는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내년에는 중국 제조업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 확실시되고, 올해 안에 역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IHS의 마크 킬리온 이사는 “위안화가 절상된다면 달러로 환산한 생산 금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두 나라 간 격차가 급격히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제조업계는 ‘올 게 왔다’는 반응이다.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한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중국 저가 제품을 미국 업체들이 상대하기는 벅차다는 것이다. 미국중소기업협회(USBIC)의 앨런 토넬슨 연구원은 “중국은 환율을 인위적으로 고정시키면서까지 제조업을 지원했지만 미국 정부는 수십 년간 제조업을 경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세계적 분업 체제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지적도 많다. 중국은 제조업이 전체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지만, 미국은 이 비율이 13%에 불과하다. 또 제조업의 질에선 아직 미국이 앞선다. IHS글로벌인사이트에 따르면 중국 제조업의 주축은 섬유·봉제 등 저가 제품이고, 미국은 항공·특수기기와 미디어 관련 산업이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