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빌라 시비 더 못참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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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 대선 경선주자인 이회창(會昌·얼굴)후보가 17일 민주당의 '빌라 의혹'공세에 쐐기를 박고 나섰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사과하지 않으면 정권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현 정권이 자신에 대해 조직적으로 음해공작을 벌이는 만큼 대선정국을 중립적으로 관리해야 할 대통령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매우 흥분된 목소리였다. 그는 이날 중국 여객기 사고 유가족 위로차 부산을 찾았다.

그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명예와 양심과 인격을 걸고 얘기하지만 가회동 집을 명의신탁해 구입한 일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강력하고 철저한 대응"도 거듭 강조했다.

이번 기회에 빌라 논란을 잠재우겠다고 작정한 듯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여권에 의한 제2, 제3의 빌라 논란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세아들의 비리의혹이 불거지자 민주당이 물타기용으로 빌라 문제를 물고 늘어진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송석찬 의원이 후보가 송파 보선 때 잠시 기거한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에 대해 "명의는 후보 사위(최명석 변호사)로 돼있지만 실질적으론 총재 소유"라고 공격한 것이 불에 기름을 얹은 꼴이 됐다.

후보는 "이런 모해(謀害)는 여당의 몇사람이 만들어낸 게 아니다"며 "정권의 기관이나 음해공작을 일삼는 특정한 전문가들이 관련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배석한 김무성(金武星)의원은 "정권퇴진운동이란 구체적으로 범국민 서명운동이나 대규모 장외집회를 의미한다"면서 "후보의 정권퇴진 거론은 분노와 고뇌의 결단이고, 우회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보가 흥분한 것은 공교롭게 민주당이 빌라 의혹을 다시 제기한 16일과 17일 두가지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오는 22일 이사가기로 한 집에 16일 밤 도둑이 들고, 후보의 장모(89)가 17일 새벽 뇌출혈로 쓰러졌다.

이 때문에 후보는 더욱 분노한 것이다.

金의원은 "후보의 장모가 여권의 빌라 공세에 충격을 받고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민주당이 정치공작의 명성에 걸맞게 비열한 짓을 하고 있다"며 "민주당 함승희(咸承熙)·이재정(在禎)의원은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국회 밖에서 정정당당하게 빌라 매입설을 주장하라"고 공격에 가세했다.

부산=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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