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돋보기] "영업권 판 뒤 인근서 같은 음식 못팔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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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부지법 민사12부는 17일 한식당 주인 이모(43)씨가 자신에게 식당을 넘긴 뒤 인근에 다시 음식점을 열어 영업하고 있는 전모(45)씨를 상대로 낸 영업금지 청구소송에서 "똑같은 음식은 팔지 말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씨에게 음식점 시설과 메뉴.상호 등을 판 전씨는 상법상 이씨와 경쟁관계에 있는 영업을 할 수 없다"면서 "전씨는 영업권을 넘긴 지 10년이 되는 2013년 2월 말까지 이씨와 중복되는 메뉴로 음식점을 운영하거나 임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별도의 약정이 없는 경우 영업권을 판 사람은 10년간 동일한 특별시.광역시.시.군이나 인접한 특별시.광역시.시.군에서 같은 업종의 영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상법(41조1항) 조항에 따른 것이다. 상법은 특히 "영업권을 살 때'같은 메뉴를 팔지 않겠다'는 약정서를 작성할 경우는 20년간 효력을 지닌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영업권을 사는 사람은 약정서를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또 피고 전씨가 이씨가 운영하는 식당의 메뉴와 중복되는 김치찌개 등 13가지 음식을 판매하는 것은 금지하면서도 쌈밥과 삼겹살을 파는 행위는 허용했다. 원고 이씨의 메뉴와는 유사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씨는 지난해 3월 서울 양천구의 한식집에 대한 운영권을 전씨로부터 8000만원에 샀으나 두 달 뒤 전씨가 맞은 편에서 식당을 열고 비슷한 메뉴의 음식을 팔자 소송을 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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