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빠진 경선… 그래도 風 계속 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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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이인제(仁濟)후보의 전격적인 경선 사퇴로 향후 정국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우선 민주당 국민경선은 다소 맥이 빠지게 됐다. 노무현(武鉉)·정동영(鄭東泳)후보의 2파전으로 경선이 압축됐지만 후보의 승리가 거의 확정적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부산(20일)·경기(21일)·서울(28일) 등 세곳의 경선이 남았지만 박진감이 떨어져 투표율이 낮아지고 여론의 관심도 식을 가능성이 있다.경선 바람몰이로 재미를 봤던 민주당으로선 "경선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방안을 모색"(淵 대변인)하고 있다. 또 후보의 사퇴가 노풍(風·노무현 지지 열기)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거리다.

후보를 지지하는 민주당 관계자는 "지역 경선에서 '이인제 대세론'을 꺾을 때마다 '노풍'은 탄력을 받아왔다"면서 "후보의 사퇴로 경기·서울 등 수도권에서 '노풍'의 위력을 배가할 기회가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로 사실상 확정된 후보측은 이제 당내 경선의 부담에서 벗어나 본선을 위한 전략 마련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기반 확충,정계개편 시도 등이다.

하지만 후보의 핵심 측근은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부산·경남·울산에서 한석이라도 얻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이를 위해 다양한 인사들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보는 "영남지역 광역단체장을 한석도 못 얻으면 사퇴하겠다"고 여러 번 공언한 상태다.

부산시장의 경우 강경식(姜慶植)전 경제부총리와 후보의 친구인 문재인(文在寅)변호사, 한이헌(韓憲)전 경제부총리, 최광(崔洸)전 복지부장관 등이 후보측이 고려하는 후보감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사퇴한 후보가 어떤 공세를 펴 올지도 관심거리다. 후보는 백의종군 의사를 밝혔지만 후보에 대한 이념·노선 공세를 계속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후보가 당내에 남아 견제와 공격을 계속하고, 후보가 여기에 정면 대응할 경우 민주당의 내분은 심각한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앞으로 모든 공격의 화살을 후보에게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역시 후보에 대한 방어벽을 치면서 역공을 시도할 것이기 때문에 대선을 8개월이나 앞둔 가운데 정국의 긴장도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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