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씨 영장 98년 두차례 기각 홍걸씨 구명전화 덕분 아니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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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야는 16일 국회 법사·예결·정무위에서 격돌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김대중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와 '최규선 게이트'를 문제삼고 나서자 민주당이 한나라당 이회창(會昌)전 총재 아들의 호화생활 문제를 들고 나왔다. 이 와중에 노무현(武鉉)고문의 이념성향까지 거론되면서 공방이 가열됐다.

◇"홍걸씨 소환조사 해야"=법사위에서 한나라당 김용균(金容鈞)의원은 "최규선씨가 金대통령의 3남 홍걸씨와 김희완(金熙完)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통해 스포츠 토토 복권 사업자로 타이거풀스가 선정되도록 한 뒤 그 대가로 타이거풀스의 주식을 받은 의혹이 있다"며 "崔씨의 이권 개입사실을 알고도 대통령 아들과의 관계 때문에 은폐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의원들은 "1998년 특수수사과가 崔씨에 대해 사기혐의 등으로 두번이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서울지검이 기각한 것은 홍걸씨가 金대통령에게 구명전화를 했기 때문 아니냐"(尹景湜의원), "경찰청 특수수사과 최성규(崔成奎)총경이 이들과 심야대책회의를 하고 홍콩으로 도피한 것은 검찰의 도피방조"(柱榮의원)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기춘(金淇春)의원은 "대통령의 세 아들이 모두 비리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은 대통령의 사과가 아니라 하야(下野)가 문제될 수 있는 중대사태"라며 특별검사제 도입과 감사원 감사를 요구했다.

민주당 조순형(趙舜衡)의원은 "지난해 사직동팀을 폐지했는데도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청와대의 직접 지시를 받는 것은 위법 아니냐"고 따졌다.

◇감정대결로 치달은 여야=예결위에서 대통령 아들들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세가 계속되자 민주당 간사인 강운태(姜雲太)의원은 "왜 경제부처와 관련없는 질문을 하느냐"며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가 왜 예결위 회의장에 나타났나 했더니 이해가 간다"고 비꼬았다.

그러자 한나라당 간사인 김학송(金鶴松)의원은 "인격모독적 발언"이라며 "사과하라"고 맞서 여야간 고성이 오갔다.

이희호 여사의 미국 법정 선서 진술과 관련, 민주당 문석호 의원은 "이신범 전 의원이 한국 일을 미국 법원에 제소한 것은 사대적 발상"이라며 "정치도의나 국익 차원에서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한나라당 정인봉(鄭寅鳳)의원은 민주당 노무현 고문에 대해 "재벌의 재산을 국가가 몰수해서 노동자들에게 분배하겠다, 동아일보 주식을 국가에서 몰수해 사원들에게 분배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보도됐다"며 "이같은 발언은 결국 공산주의자의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鄭의원은 "가진 사람의 재산을 몰수해 노동자·농민에게 분배하겠다는 후보가 나온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건전한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며 "이같은 사고 방식을 계속 유지한다면 생각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민을 가고 기업의욕을 상실해 우리나라는 북한 공산집단과 같이, 아르헨티나와 같이 국민이 모두 굶어 죽고 독재자의 노예처럼 되고 마는 비참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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