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현 도자기 그림전 갤러리 도올 23일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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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바보 화가' 한인현(71)씨 초대전이 서울 팔판동 갤러리 도올에서 열리고 있다(23일까지). 20여년간 도자기 그림을 즐겨 그려온 작가가 틈틈이 만든 작품 30여점을 모았다.

경기도 이천의 도예가 우승보씨가 성형한 초벌 분청사기에 철사(鐵砂)로 드로잉한 뒤 다시 구운 작품이다.

투박한 도자기 표면에 그려진 것은 퀭한 얼굴의 중년, 어린 나이에 고뇌에 잠긴 짱구 소년, 뭔가에 굶주려 하늘을 보고 울부짖는 늑대, 구름을 이고 외롭게 서 있는 산봉우리, 비쩍 마른 명태 한마리, 주술에 걸린듯 허무한 표정의 소와 소년 등이다. 함경남도에서 태어나 해주미술학교를 졸업한 그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고단한 생활의 무게를 고독·읊조림·사랑이란 주제로 끊임없이 화폭에 담아왔다.

"작품은 자식과 같아서 돈을 받고 팔지 못한다"는 그는 잡지와 단행본에 수많은 삽화를 그려 생계를 유지해 왔다. 방송인 이계진씨가 1996년 펴낸 『바보 화가 한인현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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