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책 해외수출 대형출판사 나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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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 출판계는 '2002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어느 해보다도 큰 성과를 거뒀다. 재미마주·사계절 등 출판사 6곳이 단독 부스를 차렸으며 리틀폭스(www.littlefox.co.kr)라는 영어 교육 사이트가 뉴미디어 우수상을 받았다.

재미마주는 올해로 8년째 참가하고 있는데, 사계절은 서울에서 출발하기 전에 10여건의 계약 상담을 약속하고 왔다. 그러나 몇몇 출판사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한국 출판사 관계자들은 여전히 유럽·영미 출판사들의 출판물을 '쇼핑'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물론 한국 책을 외국 출판사들에 파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도서전에 참가한 1천3백50개 출판사 가운데 유럽·영미권 출판사가 10개 전시관 중 8개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자기 책을 팔려는 출판업자들이다. 제3세계 출판물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사다가 팔아볼 생각을 하는 편집자·기획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서구 시장을 뚫어보려는 시도는 값지다.

생각꿈틀이라는 신생 출판사는 3~6세용 창의력 교재를 가지고 올해 전시에 처음 참가했다. 이 회사 대표인 호서대 디자인학부 이원구 교수는 "교육학·미술 전공자들이 3년간 연구해 만든 교재인데 미국·중국 등 6개국에서 특허를 얻은 뒤 볼로냐 도서전에 처음 선보였다"며 "유럽 쪽에서 관심을 보여 책을 설명해 주기 바쁘다"고 밝혔다.

촉감책 등을 가지고 참가한 능인미디어, 다양한 전시물을 자랑하는 교원 등 대형 업체가 두 곳 있었지만 나머지는 '작은' 출판사들이었다. 3백만~5백만원을 주고 부스를 마련하는 것, 영어로 홍보물을 만들고 일어·영어로 책을 번역해 만드는 작업들은 투자가 많이 필요하다. 우리 저작물을 외국에 알리고 파는 작업에 대형 업체들이 발 벗고 나서줄 것을 바란다.

볼로냐=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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