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대통령배 호남선 탔다 광주일고 19년만에 V헹가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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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소나기가 그친 뒤 보석처럼 반짝이는 동대문 밤 하늘의 주인공은 '호남 야구의 기수' 광주일고였다.

12일 서울 동대문구장에서 막을 내린 제36회 대통령배 전국 고교야구대회(대한야구협회·중앙일보 공동 주최, KTF 협찬) 결승전에서 타선의 응집력이 뛰어난 광주일고가 천안북일고를 13-2로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1975, 80, 83년 우승 이후 19년 만에 은빛 대통령배를 차지한 광주일고는 지금까지 결승에 네번 진출, 모두 우승하는 '결승 무패' 신화를 이어갔다. 광주일고는 95년 서재응(뉴욕 메츠)·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을 앞세워 청룡기에서 우승한 후 7년 만에 중앙 무대 정상에 복귀했다.

최우수 선수상은 결승전을 포함,5전5승을 거둔 에이스 김대우(광주일고)가 받았다.

투타에서 탄탄한 전력을 갖춘 두 팀의 대결은 당초 박빙의 승부로 예상됐다.

북일고는 왼손 타자가 많은 광주일고를 상대로 좌완 김창훈(2년)을, 광주일고는 피로한 김대우 대신 오준형을 선발로 내세웠다.

북일고 김창훈은 1회초 삼진을 연속으로 두개 잡는 등 공격적 투구로 기세를 올렸으나 준결승까지 본선 네 경기에서 평균 10점 이상을 뽑아낸 막강 광주일고 타선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광주일고는 2회초 1사 후 김윤권·고우석의 연속 2루타로 간단히 선취점을 뽑으며 기선을 잡았고, 1-0으로 앞선 3회초 김윤권의 2점 홈런을 포함해 5안타를 몰아치며 대거 5득점, 승부를 갈랐다.

광주일고는 3회초 1사 1,2루에서 3번 서정의 1타점 2루타, 4번 김주호의 2타점 적시타가 이어지며 4-0으로 달아난 뒤 계속된 1사 1루에서 5번 김윤권이 왼쪽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포를 쏘아올려 6-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광주일고는 4회초에도 4안타로 4점을 보태 10-0으로 멀찌감치 달아나 북일고의 추격 의지를 꺾어 놓았다.

북일고는 0-10으로 뒤진 4회말 선두 이강서의 솔로 홈런으로 한점을 만회했고, 5회말 등판한 광주일고 에이스 김대우가 몸이 덜 풀린 틈을 노려 1사 만루에서 밀어내기로 한점을 얻었으나 후속타 불발로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이날 결승전에는 천안북일고·북일여고생 2천명, 광주일고생 1천명이 상경해 외야석 좌우에 자리를 잡고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이태일·김종문·강병철 기자

◇결승전 전적

광주일고 015 403 000│13

북 일 고 000 110 00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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