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유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청와대가 각종 설이 분분했던 연말 연초의 개각, 청와대 개편의 가닥을 정리했다.

김우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16일 출입기자 간담회의 말미에 "각종 인사설로 국정 운영이 흔들릴 우려가 있어 노무현 대통령이 걱정을 하고 있다"며 "오늘 몇 가지를 얘기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노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시켜 자신의 의중을 전달하는 모양새였다.

첫째는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사실상 유임 발표였다. 김 실장은 "이 부총리가 바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는 너무 열심히 잘하고 있다"며 교체설을 일축했다.

그는 특히 "이 부총리와 이정우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 간에 무슨 갈등설까지 나와 안타깝다"며 "이 위원장은 깨끗한 학자풍이고 학자로서의 견해를 밝히는 정도이니 너무 침소봉대 말아달라"고도 주문했다.

정찬용 인사수석도 이날 "잘못된 경제정책보다 더 나쁜 것은 갈팡질팡하는 정책 기조"라며 "책임자의 잦은 교체로 경제 기조를 바꾸면 국민의 혼선이 더욱 가중돼 투자와 소비 등의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수석은 "이희범 산자부.진대제 정통부 장관 등도 열심히 해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 실장은 그러나 "경제부처를 포함한 일부 부처의 개각은 있을 수 있다"고 부분 개각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마라톤을 완주하면 쉬게 해주는 게 당연한 이치"라며 "청와대는 '장관 2년'을 마라톤 거리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초에 단행될 개각은 일단 출범 초부터 2년 가까이 장관직을 맡아온 장수 각료들에게 초점이 맞춰지게 됐다.

허성관 행자부 장관과 지은희 여성부 장관이 이 같은 원칙에 따라 교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무난히 장관직을 수행했다는 청와대의 평가를 받아온 허 행자부 장관은 최근 단식농성 중인 민노당 권영길 의원에게 "다이어트하는 줄 알았다"고 발언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수능시험 부정, 난이도 조절 실패 등의 정책 허점과 관련해 안병영 교육부총리의 교체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실장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신임 주미대사로 내정된 사실을 암시하듯 "노 대통령이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한승주 주미대사 후임으로 빅 카드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향후 대미 관계를 더욱 튼튼히 해 국민 불안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점을 노 대통령이 숙고해 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 실장은 특히 "지금 정부 차원의 한.미 관계는 매우 돈독하다"며 "하지만 아쉽다면 미국 사회와 지식인층의 한국 사회에 대한 인식과 여론을 어떻게 고양시켜 나가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게 노 대통령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런 컨셉트를 갖고 노 대통령이 빅 카드를 마련했으며 의전상 미측과의 협의문제가 남아 있다"고 했다.

연초 개각은 이에 따라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교육.행자.여성부 등 3개 부처와 일부 경제부처 등 3~5개 정도의 부분 개각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1기 국정원의 개혁 토대를 마련한 고영구 국정원장의 교체 여부도 주목받고 있으나 청와대 측은 "아직 구체적 개각 내용은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