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 콜에서 긴급 환자가 발생했다. 도와주기 바란다.”
20일 오전 11시쯤(현지시간) 강감찬함 내 연합기동부대(CTF) 151 상황실에 급한 전문이 날아들었다. 함께 소말리아 해적 소탕 작전에 투입된 나토 소속 CTF 508에서 보낸 전문이었다. 이를 본 CTF 151의 이범림 사령관(준장)은 산하 미국 군함에 지원을 요청했다. 긴급 환자는 이 군함이 보낸 헬기를 타고 다른 미국 군함으로 옮겨진 후 쌍발기로 아프리카의 소국 지브티 소재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범림 연합기동부대(CTF) 151 사령관(왼쪽에서 둘째)이 19일 저녁(현지시간) 강감찬함 내 사관실에서 미국 등 다국적군 참모들과 정례 작전회의를 하고 있다. [아덴만=오대영 선임기자]
이 사령관은 “매일 오후 2시30분부터 30분간은 CTF 465, CTF 508의 사령관들과 채팅으로 정보를 교환한다”고 말했다.
3개 다국적 해군 사령관들은 군함들이 한 지역에 몰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해적 퇴치 활동을 하기 위해 6주마다 돌아가면서 조정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령관은 18일부터 소말리아 동부지역 조정관이 됐다. 문무대왕함 초대 함장을 지낸 그는 “1982년 소위로 임관했을 때 우리 군함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인도받은 소형 군함이었는데 강감찬함을 타고 외국 해군을 지휘하니까 꿈만 같다”며 “한국 해군이 다국적군을 통솔하게 된 건 우리의 지휘능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덴만=오대영 선임기자
“공해상 다국적 해군 한국이 지휘한다기에 바로 승선 지원했죠”
한국계 미군 시메오니데스 대위
강감찬함 내에 설치된 CTF 151에서 정보참모로 근무하는 조셉 시메오니데스(42·사진) 대위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6세 때 미국으로 입양돼 20대 후반까지 한국을 모른 채 살았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학군장교(ROTC)로 이지스함 프린스턴 등 해군에서 보급 장교로 4년간 근무한 후에 미네소타의 고교에서 영어 교사를 했다. 그러다 1995년 ‘나의 뿌리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미네소타 대학에서 야간에 한국어를 배웠다는 것. 그러고는 자신의 근본을 본격적으로 알기 위해 방한, 97~99년 고려대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서울 생활을 익혔다고 했다.
20일 그를 만났을 때 한국어로 말했다. 모르는 단어를 찾기 위해 전자사전을 갖고 다닐 정도로 한국어 공부에 열심이다. 그는 한국에서 만나 결혼한 부인의 제안으로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 방송사에 출연, 25년 만인 99년 친아버지를 만났다. 그후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다시 교사 생활을 하다 3년 전에 그만두고 예비역 군인 신분으로 미국 해군 정보반에 들어갔다.
그는 “미군에는 예비역 군인이란 제도가 있어 정규 군인처럼 계급을 달고 1년 내내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서 근무하다가 예비역 홈페이지에서 CTF 151 근무자 모집 공고를 본 그는 즉시 지원했다. 지난달 28일부터 CTF 151에 합류한 그는 현재 해적에 관한 각종 정보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CTF 151 지휘가 끝나는 8월 말 이후에도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바레인에 위치한 미국 5함대 사령부에서 한 달간 일할 예정이다.
아덴만=오대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