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말↔우리말 단숨에 바꿔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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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한국어·영어·중국어·프랑스어…. 여러분이 알고 있는 언어는 몇 개나 되나요. 서로 다른 말을 쓰는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이는 국제회의나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국제회의에서 외국인 연사가 말을 하면 곧바로 한국말로 통역돼 나오는 모습을 TV에서 한번쯤은 본 적이 있을 거예요. 동시통역사가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곧장 바꿔서 말해주기 때문에 이런 회의가 진행될 수 있답니다. 장혜지·권정효 중앙일보 어린이 명예기자와 함께 우리나라 제1호 국제회의 통역사 최정화(한국외대 동시통역대학원)교수를 만나봤어요. 정상회담 등의 통역을 많이 맡으며 영어와 불어에 능통하지요.

-어릴 때 꿈은?

초등학생 때는 과학자가 꿈이었고 중·고교 때는 외교관, 대학생일 때는 교수가 되고 싶었어요. 통역사라는 꿈은 뒤늦게 갖게 됐어요. 하지만 과학·외교에 대한 관심이 통역 일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어릴 때 영어 공부는 어떻게 하셨나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배웠어요. 영어가 너무 재미있어서 학교에 한 분 있던 외국인 선생님을 끈질기게 쫓아다니고 외국 친구랑 펜팔도 했어요.

-통역사가 되기까지 어려운 일은 없었나요?

대학을 마치고 세계에서 제일 좋은 프랑스의 통역대학원으로 영어·프랑스어 통역 유학을 갔어요. 프랑스 정부 장학생으로 뽑혔죠. 고교를 1등으로 졸업했고, 한국외국어대학교도 수석졸업했거든요. 그런데 프랑스에서 처음 본 시험에서 꼴찌를 했어요. 교수님들은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하셨죠.

하지만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리고 매일 14~15시간씩 이를 악물고 공부했어요.2년 뒤 무사히 졸업했어요.

-통역사의 장단점은?

그 외국어를 사용하는 나라에 대해 좀 더 많은 걸 알게 돼요. 통역을 하면 외국에 나갈 기회가 무척 많아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볼 수 있어요. 정상회담 통역을 하면서 대통령도 볼 수 있고, 국제회의를 통해 국제적 이슈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어요. 재미있고 풍요롭게 살 수 있지요.

매일 출근하는 게 아니니까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도 있어요. 하루 통역비로 최저 60~70만원에 교통비·호텔 숙식비도 받는 고소득 직종이기도 해요. 물론 항상 긴장하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지요.

-국제 회의 통역사가 되려면?

영어는 물론 한국어도 잘해야 해요.조리 있게 말할 줄도 알아야 하지요.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하니까요.책을 많이 읽고 여러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해요. 한국말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 외국어로 이해하긴 어렵겠죠?

국제회의 통역사 자격증은 따로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이 '국제회의 통역사협회'에서 인정한 교육기관이랍니다. 통역사로 일하고 싶지만 국제회의 통역을 할 만큼은 안된다면 수행 통역사나 관광 통역 가이드로 진로를 정할 수도 있어요.

정리·사진=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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