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시 있는 뚱녀가 되자 : '빅 사이즈'의류 전문사이트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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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날씬'이 미녀의 기준으로 통하는 요즈음 체형상 그 대열에 끼지 못한 '뚱녀'들이 받는 고통과 소외감은 물불 가리지 않는 다이어트 열풍이 대변해 준다.

키 1백60㎝,체중 70㎏,허리 36인치인 전선아(23·S대 4학년)씨. 얼마 전까지도 "저희 브랜드는 손님에게 맞는 사이즈는 만들지 않는데요"라며 키득거리는 종업원들이 무서워 백화점 가기도 꺼렸던 그녀다.

하지만 올해 초 '빅 사이즈'(허리 32인치 이상으로 일반 기성복에서는 거의 취급하지 않는 대형 사이즈)의류 전문사이트 한 곳을 알고난 뒤로 옷 고르는 고민과 스트레스로부터 완전히 해방됐다. 자신의 사이즈에 맞춰 스타일과 유행, 감각에 맞는 옷을 마음껏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씬한 사람만 미인되란 법 있나요? 앞으론 남의 눈높이에 맞추는 다이어트 같은 건 안할 거예요."

지난해부터 빅 사이즈 의류 전문 사이버몰이 속속 생겨나면서 뚱녀들이 당당해지고 있다. 이들은 "내 몸에 옷을 맞춰야지, 옷에 몸을 맞추는 건 난센스"라고 외치고 있다.

이들의 세력도 만만찮다.보건복지부가 2000년 9월 현재 조사한 비만율 자료에 따르면 뚱녀는 국내 여성 10명 중 3명꼴(32.2%)이다.

이들만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 사이즈 전문 사이버몰 가운데 회원수 2천명이 넘는 곳이 14개에 달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 2월 오픈한 '사이즈7799'는 종래까지 빅 사이즈 여성들에게 그림의 떡이었던 프릴과 셔링 장식이 달린 블라우스 등 공주풍 의류로 하루 평균 2천명의 방문객을 모으고 있다.

'바그다드위즈'는 고객이 스스로 디자인해볼 수 있는 '직접 디자인하기' 코너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고,'투빅'은 디자이너가 직접 서울·분당·일산 등 수도권 일대로 출장을 나가 치수를 재고 코디 상담을 해주고 있다.

'사이즈7799' 사장 이선미(29)씨는 "뚱뚱하건 말랐건 예쁜 옷을 원하는 건 여성의 당연한 욕구인데, 사회는 마른 여성 위주의 왜곡된 가치를 강요한다"며 "당당해서 아름다운 '뚱녀'의 모습을 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박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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