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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연자씨"호칭 "한국 경제 잘돼야"언급도 : 평양 공연후 귀환 在日 가수 김연자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내년 8월께 북한에서 지방 순회공연을 하기로 했어요. 내년에는 정식계약을 하고 공연료를 주겠다고 하더군요."

지난 4일 방북해 평양에서 세차례 공연한 후 11일 일본 도쿄(東京)로 돌아온 재일 엔카(演歌)가수 김연자(金蓮子·43)씨는 이날 저녁 중앙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국빈 대접을 받은 것 같다"며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金씨는 10일 김정일 위원장과 1시간30분 동안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김용순(金容淳)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김기남 선전조직 비서·정하철 선전문화비서가 배석했다. 金씨는 지난해 4월에도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평양·함흥에서 '단독 북한공연'을 한 후 金위원장과 함흥에서 저녁을 같이했다.

-金위원장과의 만찬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10일 오후 6시 만수대예술극장에서 공연하기 직전 북측 담당자가 알려주더군요. 공연이 끝난 후 벤츠 리무진을 타고 백화원으로 갔어요. 金위원장이 '또 와줘서 고맙다. 공연을 꼭 보고 싶었는데 일정이 안 맞아 못 봤다. 미안하다'고 말하더군요. 식사를 하기 전에 金위원장과 저, 제 남편 세 사람이 30분 정도 대화를 나눴어요. 金위원장은 저를 '연자씨'라고 불러요. 지난해 말 제가 출연했던 일본 NHK방송의 가요 홍백전도 비디오로 본 것 같아요."

-金위원장과 무슨 얘기가 오갔나요.

"정치 이야기는 거의 없었어요. 다만 최근 북한을 방문한 임동원(林東源)특사가 백화원에서 식사했다는 이야기와 세계경제가 불경기라 걱정인데 빨리 좋아져야 한다는 말을 하더군요. 이미자 선생님이 계속 활동하고 있는지 물어 그렇다고 대답했지요. 한국 가요 중에는 '감수광'(가수 혜은이)·'그 겨울의 찻집'(조용필)·'갈무리'(나훈아)를 좋아한다고 말하더군요. 한국전쟁의 아픔을 그린 '단장의 미아리고개'는 가사내용이 너무 어둡다며 이제는 미래지향적인 노래를 부르자는 말도 하구요."

-金위원장이 어떻게 대해줬어요.

"아주 자상했어요. 식사 때는 金위원장이 이것저것 먹어보라고 자주 권하더군요. 그리고 내년에는 날씨가 좋은 8월께 여유있게 20일 정도의 일정으로 와서 관광도 하고 지방 순회공연도 하라고 했어요. 기간과 장소를 마음대로 정하라더군요. 그러면서 (연자씨도)먹고 살아야 할테니까 내년에는 공연계약을 하자고 했어요.받지 않아도 되는데…."(지난해와 올해 경비는 金씨측이 모두 부담했다. 악단 등 20여명 방북에 각각 1억원 정도가 들었다)

-식사는 어떠했어요.

"잣죽·감자만두·생선찜 등이 나왔어요. 맛있었어요. 金위원장은 적포도주를 조금 마셨어요. 김용순 위원장이 저보고 '대단한 여자'라고 하더군요. 식사 끝 무렵에 김용순 위원장이 金위원장을 위해 노래를 한곡 불러달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金위원장이 패티김(가수)선생님의 '이별'을 아주 좋아한다'고 말해 '이별'을 불렀어요. '이별'은 북한의 일반 국민도 부를 수 있다더군요.숙소인 고려호텔로 돌아온 30분 뒤 金위원장이 가로 80㎝×세로 1m 크기의 유채화 그림액자를 선물로 보내왔어요."

-공연에 대한 반응은 좋았나요.

"4·25문화회관(6일)·봉화예술극장(8일)·만수대예술극장(10일) 등 세차례 공연했는데 대성공이었어요. 6일에는 공연장에 가니까 노동신문·평양신문·군인신문 등 기자 30여명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입장하지 못한 수천여명이 공연장 밖에 몰려 있기도 했어요. 북한 근로자의 평균월급이 1백원인데 공연표를 장당 8원에 팔았대요. 공연마다 한국·북한 가요 25곡 정도를 불렀어요. 金위원장이 지난해 편곡해달라고 요청했던 북한노래 6곡도 불렀지요. 세곳을 합쳐 총 5백여명의 악단·가수들이 와서 봤어요. 10일 오후 10시부터는 조선중앙방송이 1시간30분 정도 녹화방송하기도 했어요. 북한의 '임진강'이란 노래의 한 절을 일본어로 불렀는데 그대로 방송된 것 같아요. 북한에 가니까 새로운 국민가요로 통일의 염원을 담은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가 사흘 전에 나왔더라고요. 밤 새워 편곡하고 연습해 불렀더니 북한 주민들이 너무 좋아하면서 재창을 요청해 두번 불렀어요."

-지난해에 비해 대우가 좋아졌나요.

"국빈대접을 받은 것 같아요. 지난해는 작은 승용차를 내줬는데 이번에는 벤츠를 타고 다녔어요.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사진기자들이 몰려왔어요. 매일 신문에 제 기사가 보도됐지요. 11일자 노동신문 1면에는 金위원장과 찍은 사진이 실리고 4면에는 공연사진과 기사가 났지요."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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