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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대리점에 없는 게 없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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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전자대리점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한 판매 공간에서 벗어나
휴식과 체험을 즐길 수 있는 복합 생활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
이다. 고객들이 움직이기 편하게 매장도 더 넓어지고, 커피숍이
나 영상체험관 등도 갖춰 고객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매장 안
에 행정 민원서류 발급기나 현금인출기를 두는가 하면 일부러
채소가게 바로 옆에 문을 열어 주요 고객인 주부들이 원스톱 쇼
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곳도 생겼다.

◆생활 속 파고든 대리점=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있는 삼성전자 가전 대리점인 '디지털 프라자' 선릉점. 80여평의 매장에는 PDP TV.양문형 냉장고.드럼 세탁기 등의 제품이 진열돼 있다. 매장 한쪽에 들어와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향긋한 커피향이 퍼져 나온다. 다른 한쪽의 홈시어터 체험관에서는 점심시간을 맞아 놀러온 직장인 대여섯 명이 소파에 앉아 대형 LCD TV와 5.1채널 스피커로부터 나오는 박진감 있는 영상과 음향을 즐기고 있다. 고객들이 TV전시장 매장에 비치된 영화.뮤직비디오 DVD나 각종 게임 타이틀을 꽂아 즐기고 있다. 송진섭 점장은 "점심시간이면 근처 직장인들의 휴식처이자 약속 장소로 이용되곤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대리점 중 커피점이 입점한 곳은 현재 서울 선릉점과 경기도 분당점 두 곳. 앞으로 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더 생겨날 전망이다. 현금인출기(ATM)을 갖다놓은 곳도 40여 곳이나 된다. 또 일부 대리점에서는 구청의 협조를 받아 민원서류 발급기도 설치했다.

대리점의 변신은 LG전자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최근 가전제품의 주요 구매 고객이 주부인 점에 착안, 채소 전문점인 '총각네 야채 가게'와 제휴해 이들의 '감성마케팅'을 배우고 있다. 16일 문을 연 하이프라자 대방점은 총각네 야채 가게와 같은 건물에 나란히 있어 주부들이 장을 보면서 가전제품을 구입하거나 구경할 수 있도록 했다. 50여 곳의 대리점엔 민원서류 발급기.디지털사진 인화기.현금인출기 등을 갖췄다.

자사 제품뿐 아니라 헤어드라이어.면도기 등 중소기업 브랜드의 소형 가전이나 간단한 사무용품 등을 같이 파는 것도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매장 규모도 커져=매장도 고급화.대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국의 500여개 대리점을 700여개로 확대하면서 새로 생기는 대리점은 이전보다 두 배가량 큰 100평 이상으로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이들 대형 신규 대리점에는 임차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도 파격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 역시 올 들어 전국 900여개의 대리점 및 직영점을 대형화.고급화하는 작업을 한창 벌이고 있다. 대전 하이프라자 둔산점은 300여평으로 전국에서 매장이 가장 넓다. 매장에 있는 어느 제품이든지 실제로 작동시켜 보면서 직접 체험해볼 수 있고, 한 쪽에는 서비스센터도 있다.

◆왜 변신하나=대리점의 변신은 자체 유통망을 키우려는 가전업체들의 전략이다. 인터넷 및 홈쇼핑, 양판점.할인점의 비중이 커지면서 유통업체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된 가전업체들이 자체 유통망 강화 차원에서 대리점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PDP 및 LCD TV.홈시어터.양문형 냉장고 등 고가 제품들이 늘어나면서 제품을 직접 확인해보고 구입하려는 고객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리점이 양판점이나 할인점보다 약간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점원들의 설명을 들을 수 있고 애프터서비스도 확실하다는 장점이 있어 5% 정도의 가격 차이는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장을 고급화.대형화함으로써 매출도 늘어났다. LG전자 둔산대리점의 경우 하루 6억~8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가전 대리점의 변화에 맞서 경쟁업체인 전자 양판점도 긴장하고 있다. 하이마트는 올해 초 서울 압구정동에 3층 건물, 연면적 1000평인 역대 최대 규모의 매장을 열었다. 하이마트는 최근 상당수 매장을 150~200평에서 400~500평으로 늘리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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