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 또 '깜짝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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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좀처럼 영화제 같은 공개 석상에 등장하지 않아 악명이 높은 감독 겸 배우 우디 앨런(67·사진). 그의 행보가 요즘 수상하다.

지난달 제 7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나와 뉴욕을 다룬 영화들에 헌사를 바쳤던 그는 "아카데미 위원회에서 전화가 왔을 때 과거에 받았던 상을 돌려달라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고 익살을 떨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앨런은 1978년 '애니홀'로 작품상·감독상 등 주요 부문 상을 휩쓸었을 때 뉴욕에 있는 자신의 재즈 클럽에서 색소폰을 불어야 한다며 시상식에 불참했었다.

그런 그가 다음달 15일 시작되는 제55회 칸 영화제에도 참석한다. 개막작으로 그가 감독·주연을 맡은 '할리우드 엔딩'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칸의 러브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79년의 '맨해튼'을 비롯해 '카이로의 붉은 장미''한나와 그 자매들' 등의 작품이 초청받았지만 단 한번도 얼굴을 비친 적이 없다.

'할리우드 엔딩'은 70~80년대 왕성한 활동을 하다 퇴물이 된 감독 발 왁스먼이 전처의 도움으로 붙잡은 재기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의 코미디다.

앨런은 "항상 내게 지지와 격려를 보내준 칸 영화제측에 이번 방문이 조그만 보답이 됐으면 한다"며 "'할리우드 엔딩'은 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작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칸 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이 괴짜 거물의 방문을 '믿을 수 없는 사건'이라 여기며 흥분하는 분위기다.

한편 한국 영화는 현재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과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이 경쟁 부문에,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과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가 비경쟁 부문에 필름을 제출했다. 초청 여부는 이달 말께 결정된다. 영화계에서는 칸 영화제 측이 과거 인연을 맺었던 감독들에게 호의적인 점을 들어 '춘향전'으로 2000년 이 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올랐던 임감독이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던 홍감독 등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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