利 119%도 밑진다? 국내 최대 사채업체 첫 재무자료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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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내 최대 사채업체인 대호크레디트가 회사 재무자료를 근거로 이자 상한을 연 80~90%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눈길을 끌고 있다. 음성 사업자의 대명사격인 사채업체가 재무자료를 공개한 것은 처음 있는 일.

정부가 입법을 추진 중인 대부업법에서 거론되는 이자 상한범위(30~90%)가운데 최고 수준을 요구하기 위해 양지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금융계에선 "은행은 한자릿수 금리로도 큰 이익을 내고 있는데 90%까지 허용하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 많다.

이 회사가 9일 공개한 올해 1~2월 원가분석 자료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대출잔고 65억7천8백만원(이중 연체액은 9억6천4백만원)에 월 평균 이자율 9.9%(연 1백19%)를 적용한 결과, 인건비·선전비 등의 모든 비용을 제외하면 연간 8억2천8백만원의 경상 이익을 낼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대손충당금·퇴직충당금을 쌓고 자본금 57억원에 대한 배당(10%)을 실시한 뒤 세금을 낼 경우엔 오히려 2억9천만원이 부족할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1백19% 이자를 받아도 흑자를 내기가 쉽지 않으니 이같은 현실을 반영해 이자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호는 이 자료의 객관성 보장을 위해 안건회계법인에 공증을 의뢰했다고 덧붙였다.

대호의 엽찬영 회장은 "사업 규모에 비해 인건비·홍보비가 과다한 만큼 이를 줄여나가면 이자를 지금보다 낮출 수 있겠지만 급격히 줄이기는 힘들다"며 "대부분 업자가 대호보다 규모가 작은 것을 고려할 때 이자상한을 80~90%에서 정하지 않으면 사채업계 양성화라는 입법 취지를 살리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호의 직원당 대출 취급고가 우리의 15분의 1 수준밖에 안된다"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현재와 같은 구멍가게식 사업구조로는 연 1백50%의 이자를 받아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사채업계가 변화된 환경 속에서 살아 남으려면 이자가 싼 자금을 조달해 대출 재원의 금리를 낮추고, 신용평가 능력을 강화해 부실채권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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