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탈춤 이집트서 얼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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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카이로 아인 샴스대학의 알순칼리지에서 펼쳐진 동래탈춤 공연 (上). 아래는 동래탈을 살펴보고 있는 이집트 대학생

"마누라, 영감, 와이리 좋노가 무슨 뜻이죠."11일 어깨를 들썩이던 한 이집트 대학생이 물었다.

카이로 도심 한 가운데에 있는 아인 샴스대학 구내에는 11일 낮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최초로 공연되는 한국민속음악 및 춤을 보기 위해 학생들이 알순(언어학) 칼리지 주변 건물 난간에까지 꽉 들어찼고, 징과 꽹과리 소리가 들리자 더 많은 학생이 몰려들었다.

정식 공연장이 아니라 대학 구내에서 야외공연을 하기 때문에 700여명 이상의 학생은 서 있어야 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학생과 교수들은 어깨를 흔들고 박수를 치고 박장대소했다. 동래탈춤 공연단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웃기기' 때문이었다. 배꼽을 다 드러낸 할머니 탈이 영감이 새로 들인 '둘째 각시'를 쫓아내기 위해 몽둥이를 높이 치켜들자 학생들은 '때려라'라고 소리 질렀다. 한 여학생은 "정부인의 허락도 없이 첩을 들인다는 것은 안 된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어진 사물놀이도 학생들을 흥분시켰다. "태평소는 우리의 '미즈마르', 북은 우리의 '타블'과 모습 및 소리가 거의 같아요"라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사물놀이 공연팀의 열연에 학생들은 같이 박수를 치고 머리를 흔들어댔다.

학춤의 고고한 분위기에도 학생들이 넋이 나갔다. 아미라라는 여대생은 "아랍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느리면서도 무게 있는 춤"이라며 학들의 한 동작 한 동작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웃기고, 신나고, 기품 있는 공연이었다."고 동래탈춤과 학춤 그리고 사물놀이를 관람한 알순 칼리지 마크람 알가리미 학장은 평가했다. 학장은 "매년 중국과 일본에서 공연팀이 와서 공연해 왔지만 이번 처음 방문한 한국공연단의 춤과 음악에 학생들이 푹 빠져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가 후원하고 사단법인 부산민속예술보존협회가 마련한 이번 동래탈춤 공연은 10, 11일 이틀간 카이로에서 펼쳐졌다.

하지만 첫날 굼후리야 극장에서의 공연보다는 "대학 내 젊은이들 앞에서의 공연이 더욱 신이 났고 반응이 좋았다"고 김경화 단장은 즐거워했다. 이번 공연 장소를 섭외하고 지원한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의 이기석 서기관도 "한국 정부와 알순칼리지 간에 최근 한국어과 개설을 위해 협의가 오가고 있다"며 "이번 공연으로 이르면 내년으로 예정된 학과 개설 준비에 더욱 박차가 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교통상부가 '한국문화 알리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후원한 이번 행사는 내년 4월 한.이집트 수교 10주년을 앞두고 이뤄져 양국 문화교류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지난 8월 중순부터 한달간 이집트 국영 TV가 KBS 인기드라마 '가을동화'를 방영한 데 이어 내년 1월에는 '겨울연가'도 방영할 예정이어서 한류(韓流) 열기 조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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