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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와 손 부지런히 써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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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구세군 노인복지센터. 지난해 7월부터 이곳의 치매예방교실에 등록한 노인 12명이 종이접기에 열중이다. 최고령자는 96세 할머니.

복지센터 이현주(사회복지사)씨는 "고무찰흙·그림조각 만들기·바느질·콩 고르기·지점토 같은 손 운동과 고리 던지기·공놀이·풍선 배구 놀이 등을 하루에 40분쯤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서울 도봉구 보건소 강당에서는 40여명의 노인들이 민요와 창을 열창하고 있었다. 이들은 도봉구가 오는 16일까지 진행 중인 치매예방 음악교실의 '학생'들이다.

운영자인 이명남 간호사는 "노인들은 장구·소고·탬버린 등 악기를 다루고 옛날 노래를 부르면서 즐거워 한다"며 "함께 웃고 노래를 부르면서 치매의 위험인자인 우울증·고독감을 떨쳐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동성심병원 정신과 유성곤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사실상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며 "그러나 혈관성 치매는 혈압·콜레스테롤·혈당을 관리하고 심장병을 치료하며 비만에서 벗어나는 등 위험인자를 줄이면 예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이와 대화를 많이 나누고 새로운 유행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생활습관 바꾸는 게 중요=금연도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 흡연은 심장과 뇌혈관에 많은 해를 주기 때문이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지나친 음주도 삼가야 한다. 알콜 자체가 뇌세포를 파괴시키고 비타민 결핍증을 유발해 치매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55세 이상 남녀 5천여명을 대상으로 추적조사한 결과 하루 1~3잔(적당량)의 술을 마신 사람의 치매발병 위험도가 안 마신 사람의 58%에 불과했다는 연구결과(네덜란드 로테르담 에라스무스 의대)도 있다. 그러나 하루 넉잔 이상 매일 마신 사람은 치매발생 위험이 1.5배 높아졌다.

우울증도 제때 치료받아야 치매로 발전하지 않는다. 여성의 경우 폐경기 후 여성호르몬을 투여받는 것이 좋다.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우종인 교수는 "자원봉사·종교활동 등 머리를 많이 쓸수록 치매에 덜 걸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이는 쓰지 않는 신경세포가 활성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치매 예방을 위해 외국어 배우기가 널리 활용된다. 또 시구 외우기, 매일 5분간 진지하게 머리를 쓰는 승부 걸기 등도 일본에서 권장하는 내용이다.

인지 기능을 활성화하는 음악도 치매의 예방과 진행 억제에 효과적. 부산대 간호학과 김정순 교수는 "가벼운 치매환자에게 평소 즐겨부르던 노래를 부르게 한 결과 병의 진행속도가 늦춰졌다"고 전했다.

◇치매예방을 위한 식사=서울대 식품영양과 이연숙 교수는 "주식은 밥으로 하되 비타민B복합체 등이 풍부한 현미나 잡곡을 섞고, 비타민C·E, 베타카로틴·엽산이 풍부한 녹황색 채소와 신선한 과일을 매끼 충분히 먹을 것"을 권했다.

채소·과일·콩·녹차에는 노화억제 물질로 알려진 항(抗)산화물질이 풍부하다(부산대의대 황인경 교수). 또 카레를 많이 먹는 인도 사람들의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이 서구인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사실을 근거로 카레가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해준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에선 '고등어·정어리 등 등푸른 생선을 자주 먹으면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어 후생노동성이 이를 증명하기 위한 조사사업에 착수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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