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세리…'선두 不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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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한편의 드라마였다. 주연과 조연이 뒤바뀌어 감동이 더욱 짜릿했다.'59타'의 여인 아니카 소렌스탐(32·스웨덴)의 그림자에 가려졌던 박세리(25·삼성전자)가 오랜만에 주연을, 소렌스탐은 조연을 맡았다.

박세리가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타자나의 엘카바예로 골프장(파72·5천7백55m)에서 끝난 오피스 디포 대회에서 합계 7언더파 2백9타로 난적 소렌스탐을 1타차로 따돌리고 시즌 첫 정상에 올랐다. 박세리는 우승 상금 15만달러를 받아 상금랭킹 22위에서 단숨에 2위로 뛰어 올랐다. 통산 14승.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11개 대회에서 9차례의 우승을 따낸 '선두 불패' 박세리와 마지막날 역전 우승을 11차례나 일궈낸 '역전의 명수'소렌스탐의 맞대결은 초반부터 불을 뿜었다. 지난해 8승, 그리고 올시즌 벌써 2승을 거두며 1인자의 자리를 굳힌 소렌스탐은 예상대로 초반부터 강공으로 나왔다.

이에 비해 2라운드까지 소렌스탐에 3타나 앞서 있던 박세리는 초반 퍼트 난조로 한때 1타차 역전을 허용했다.

<그래프 참조>

승부의 추가 소렌스탐 쪽으로 기우는가 싶었지만 기우였다. 큰 승부에 강한 박세리의 진면목은 후반 홀에 접어들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12번홀(파5)에서 소렌스탐이 보기를 범한 덕분에 1타차로 앞서 나갔고, 13번홀(파4)에선 버디를 잡아내 2타차로 격차를 벌렸다. 16번홀(파3·1백44m)에서는 소렌스탐의 보기로 3타차까지 앞서 승리를 굳힌 듯했다.

그러나 전날 이글을 잡아냈던 17번홀(파5·4백17m)이 박세리의 발목을 잡았다. 전날처럼 그린을 직접 공략하지 않고 지키기 작전으로 나간 것이 화근이었다. 박세리는 워터해저드 앞쪽에 레이업한 뒤 웨지로 3온을 노리다 공을 그린 너머 러프에 빠뜨렸다. 3타차의 우세가 물거품이 될 위기였다. 박세리는 러프에서 어프로치샷을 했지만 공은 그린 주변 프린지에 걸렸고 결국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그림 참조>

이에 비해 소렌스탐은 7번 아이언으로 그린을 직접 공략, 2온에 성공한 뒤 버디로 연결시켰다. 이글 퍼트가 홀을 빗나간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스코어는 1타차로 줄어들었다.

한숨을 돌린 박세리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9번 아이언으로 2온에 성공한 뒤 손쉽게 파세이브에 성공해 소렌스탐의 맹추격을 무위로 돌렸다. 박세리는 "소렌스탐을 의식하지 않고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미현(25)은 합계 1오버파 2백17타로 공동 12위, 한희원(24)은 5오버파 2백21타로 공동 38위에 그쳤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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