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형동의 중국世說]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과 한-중-일 협력

중앙일보

입력

“15-20년 전만 해도 SCO(상하이 협력기구)가 NATO와 어깨를 나란히 하리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이 말은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의 미래예측 보고서(Global Trends 2025) 내용 중‘SCO 의장이 NATO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신(가상 시나리오)’의 서두 부분이다. 서구중심 사회에서 아시아 중심사회로 전이되는 세기적 전환기 2015년의 세계정세를 想定해본 것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국제사회에는 소위‘세력전이 이론(power transition theory)’의 典型이 되고 있는 중국의 G2 부상과 “동아시아 공동체”가 화두를 장식하고 있다.

일본의 하토아마 전 총리는 작년에 “동아시아공동체” 제의로 국제적 관심을 모았다. 그간 일본은 국제사회에 대한 비전 제시도 없이 여론에 떠밀려 국제문제에 참여하는 “외압 반응형”외교 패러다임을 보인다는 평가를 들어왔다.그러나 하토야마는 중국의 급부상과 미국의 쇠퇴 상황을 보고, 일본도 이제는 대미의존적인 외교행태에서 탈피,독자적인 외교로 21세기 세계 版圖의 핵심이 될 아시아 내 주도권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이 구상에 대한 각국의 반응을 보면,이 구상은 아직은 이상론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일본은 언론의 지지 속에 상당한 연구가 진척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공동체 창설 주도권을 놓고 ASEAN은 자기들의 기득권을 내세우고, 중국은 미.일 견제를 고려, ASEAN 또는 ASEAN+3 체제가 주도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우리 한국은 이 구상에 찬동은 하나, 아시아 신흥국의 리더로서”신 아시아외교”드라이브에 더 관심이 있는 듯 하다. 게다가 호주는 난 데 없이“아시아태평양 공동체”라는 별도기구 결성을 주장하고 있다.

일찍부터 아시아 각국 지도자들이 제기해왔던 동아시아 통합은 유사한 정치적 가치 체계와 경제적 환경을 가졌던 유럽통합과는 전혀 다른 프로세스와 난제 해결이 요구된다. 현재 동아시아 정세는 냉전 구조의 잔재,선,후진국의 격차, 영토분쟁 및 역사의식 문제 등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통합을 위해서는 첫째로 지역통합의 전제 조건인 역내 분쟁과 갈등구조를 불식시켜야 한다. 특히 한.중.일 3국간의 주요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만약 일본이 독도를 계속 자기 영토라고 주장한다면 하토야마가 주장했던‘우애외교’는 우의를 가장한 전술적 修辭에 다름없다.또한 중국이‘동북3省 개발’이라는 美名하에 한국역사에 대한 왜곡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다면 동북아 협력은 허망한 꿈일 수 밖에 없다. 이 동북아 3개국이 먼저 진솔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상호 갈등구조를 해소시킨 후 3국간 공동개발 프로젝트부터 시작하여, FTA 일괄 타결과 경제 공동체를 성사시켜야 한다. 그 연후에 외연이 확대된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맺고, 최종 단계로 단일화폐와 집단안보 문제도 고려된 동아시아 공동체를 결성하는 것이 手順이다

그 다음은 이 공동체창설을 주도할 아태지역 내 협의체(ASEAN,APEC,ASEAN+3, EAS 등)및 유관 국들 간 타협과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 여기서 한가지 분명한 것은 ASEAN이 한,중,일의 위상을 도외시하고 자기들이 주도하려 한다면 이는 국제질서 형성에 작용하는 역학관계를 무시한 과욕이라 아니할 수 없다.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한,중,일이 나서서 먼저 3국간 공고한 협력공동체를 결성하고, 그 응집된 힘으로 흡인력을 발휘하여 ASEAN 이나 인도, 호주 등을 합류시키고, 미,러의 동참여부를 결정하여 공동체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 타당한 프로세스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는 이 꿈의 공동체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먼저 한.중.일 3국 협력체제의 틀을 짜는 데 핵심 역할을 함으로써 우리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그리고 2015년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는 ASEAN 10국과는 쌍무적이고 소프트 파워적인 전략으로 접근,일.중의 물량공세와 차별화하여 외교지평을 넓혀 나가야 한다.예를 들어 그들과 한류를 활용한 문화교류 강화와 대상국 별 맞춤형 녹색성장의 접목으로 뉴모드의 경협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일본은 베트남 등 메콩강 지역 5개국과“일-메콩 지역 정상회의”를 정례화 하고 있고,중국도 아세안 측과‘ASEAN+1’이라는 대화협력체를 강화하면서 협력의 밀도를 더하고 있다. 이런 주변의 동향도 우리가 세심히 관찰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또한 우리는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의 최고협의체인 ‘ G20’의장국으로서 G20 내 아시아계 회원국들과 협력,향후 G20 체제운용 관련 전략적 네트워크를 주도하여, 역내 리더로서의 위상을 부각시켜 나가야 한다. 아울러 다극화 시대의 코리아를 견인할 외교조직과 인원의 확충도 시급하다. 특히 외교 상대국의 요인들과 水面下 소통이 가능하고 그를 움직일 수 있는 숨은 인재발굴은 더욱 중요하다.

지난 5.30 한-중-일 3국 정상은 3국간 협력강화를 위해 2011년 서울에 “상설사무국”을 설치키로 합의했다. 이제 아시아인들의 고귀한 이상인 공동체 건설의 전략적 게임 주도국들은 국익 우선이라는 小兒적 야심을 접고, 보다 大乘的인 태도로 임해주기 바란다. 그러면 쿠텐호프-칼레르기 (Coudenhove Kalergi)伯爵이 제창한 꿈의 유럽통합이 오늘날 대통령 격인 상임의장까지 선출한 EU로 완성되듯이 동아시아공동체도 희망봉이 보일 것이다.

한형동 산둥성 칭다오대학 객좌교수
※중앙일보 중국연구소가 보내드리는 뉴스레터 '차이나 인사이트'가 외부 필진을 보강했습니다. 중국과 관련된 칼럼을 차이나 인사이트에 싣고 싶으신 분들은 이메일(jci@joongang.co.kr)이나 중국포털 Go! China의 '백가쟁명 코너(클릭)를 통해 글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