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업씨 개인 돈일까 大選때 남긴 돈일까 : 김성환에 맡긴 10억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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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 차남 김홍업(金弘業) 아태재단 부이사장이 고교 동창이자 학군단(ROTC) 동기인 김성환(이하 金씨로 표기)씨에게서 빌렸다던 돈이 홍업씨가 관리해온 돈이며, 그 총 규모가 10억원 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 이 돈의 정체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일부에선 이 돈이 1997년 金대통령 대선 자금의 일부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홍업씨는 대선 당시 운영했던 '밝은 세상'이라는 홍보 기획사의 멤버들을 선거운동에 참여시킨 바 있다. 따라서 선거자금이 홍업씨 개인이나 조직에 흘러 들어갔을 개연성이 있다.

또 일각에선 홍업씨가 대선활동 지원을 위해 끌어모은 돈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돈이 金씨의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돼 왔으며, 종종 아태재단 운영자금으로 쓰인 점에서 홍업씨 개인 돈은 아닌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검팀 수사에서 金씨 돈이 아태재단으로 흘러 들어간 사실이 밝혀졌을 때 아태재단 핵심 관계자들이 "빌린 돈"이라고 했던 것도 순수한 홍업씨 돈은 아닐 수 있다는 추측을 낳게 하고 있다.

그러나 홍업씨나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하고 있는 청와대측은 "현재 입장을 밝히면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이유로 돈의 성격에 대해 일절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홍업씨가 金씨에게 맡겨놓은 돈의 액수도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 등은 10억원에 조금 못미치는 액수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金씨가 6개의 차명계좌로 관리해온 전체 액수는 1백억원대에 달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金씨의 사업자금은 90년대 초 서울 송파구의 땅을 팔아 마련한 30억원 가량이 전부다.

그런 그가 지난해 두개의 위성방송 사업체를 설립하며 1백억원 상당의 사옥을 마련하고 건설회사에 70억원에 달하는 돈을 빌려준 것으로 나타나 자금의 원천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 있는 상태다.

金씨가 관리해온 홍업씨의 돈이 10억원 이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현재로선 확인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단 金씨가 관리해온 차명계좌의 입출금 내역에 대한 추적을 통해 이 계좌의 성격을 파악한 뒤 홍업씨의 돈이 드러나면 그 정체를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홍업씨가 맡겨놓은 돈이 대선자금의 일부로 밝혀지더라도 정치자금법으로 사법처리하기는 어렵다.

현행 정치자금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97년 11월 이전에 받은 정치자금에 대해선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97년 대선 잔여금 수십억원을 친구에게 맡겨놓고 정치자금으로 사용한 것이 드러나 결국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었다.

하지만 홍업씨가 조성한 비자금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 파문의 크기는 짐작하기도 힘들다.

돈의 모금 경위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 또 한차례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시끄러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조금씩 열리고 있는 것인지, 金씨가 홍업씨 돈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가 긴장감을 더해가고 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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