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박' 포효하듯 협상 日신문이 붙여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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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박운서(朴雲緖·63) 데이콤 부회장은 별명이 유난히 많다.

'타이거 박''핏대''세븐 투 일레븐(7 to 11)'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백미는 '타이거 박'이다. 1984년 상공부 통상진흥국장으로 도쿄(東京)에서 일본 정부 대표단과 협상을 벌일 때 포효하는 듯한 표정으로 강력하게 주장을 폈다고 해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붙여준 별명이다. 어려운 일을 추진할 때 흥분하는 경우가 잦고 화끈한 그를 후배 공무원들은 '핏대'라고 부르기도 했다.

통상산업부 차관을 끝으로 28년간의 공직을 떠나 96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의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은 그는 '구조조정 해결사'라는 별명을 추가했다.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던 한중을 2년 만에 정상 궤도로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2001년 2월 데이콤 부회장에 취임한 뒤에는 '세븐 투 일레븐'으로 불린다. 그는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 밤 11시에 퇴근한다.

데이콤은 2000년 매출 1조원에 당기 순손실 9백3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의 적자를 냈다. 그는 취임사에서 데이콤을 '침몰하는 타이타닉호'라고 불렀다. 그런 상황에서 출퇴근 때문에 새 별명을 얻은 것.

朴부회장은 이런 강성(强性) 별명 탓에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고집센 사람으로 비칠 때도 없지 않다. 하지만 실제론 '부드러운 사람'이란 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는 매주 목요일 오후 데이콤 부회장실을 개방해 직원들과 대화하기를 즐기며 '신바람 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이제 또 그가 어떤 별명을 얻을지 궁금하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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