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연장과 맞물린 국회 정상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라크 파병 연장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한 국회 본회의가 16일 열린다. 정기국회 폐회일인 지난 9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대치하는 바람에 동의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이 안건의 처리여부가 이번 임시국회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것 같다.

▶ 정세균 예결위원장(左)이 15일 한나라당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조용철 기자]

본회의 소집은 열린우리당이 했다. 국제적 신뢰 문제가 걸려 있는 사안인 만큼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여당은 한나라당이 불참할 경우 민주당과 자민련의 협조를 얻어서라도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김원기 국회의장은 15일 열린우리당 천정배,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를 불러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타협을 촉구했다. 그러나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파병안이 보안법 등 4개 법안과 함께 논의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16일 본회의가 정상으로 진행될지에 대해 김 의장은 "양당 원내대표 간에 완전한 합의에 이르진 못했지만 상당히 (의견이)접근됐다. 좀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고 김기만 공보수석이 전했다.

파병 연장 동의안과 관련해 한.미 관계를 중시해온 한나라당에선 표결에 참가해 처리해 주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김덕룡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안은 (다른)정치현안과 연계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윤광웅 국방장관이 한나라당을 찾아 동의안을 처리해 달라고 부탁한 데 대해서도 "늦었지만 정부가 야당에 협조를 부탁하는 것은 다행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나라당의 협조로 동의안이 원만하게 통과될 경우 여야는 이를 바탕으로 예산안 등 각종 쟁점안에 대한 추가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이 이날 당론을 확정하지는 못했지만 금명간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내놓을 경우 여당과의 대화 가능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일 상황은 여전히 답답했다. 여당은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와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사립학교법 개정안 관련)를 단독으로 진행했다. 천정배 대표는 소속 의원 모두에게 편지를 보내 "냉전 수구세력인 한나라당과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하기 위해선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 모든 회의에 불참한 한나라당의 전여옥 대변인은 "여당이 4대 법안의 내년 2월 처리를 먼저 약속하라"고 맞섰다.

?막후 조정 나선 '지둘려' 의장=파행이 계속되자 '지둘려'(기다려)로 잘 알려진 김원기 국회의장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여야를 설득해 국회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그는 14일 한나라당 소속 박희태 국회부의장을 만난 데 이어 15일 오전엔 김덕룡 원내대표와 대화했다. 오후엔 양당 원내대표를 불렀다. 김 의장은 박 부의장 등에게 "여야의 합의가 없으면 4대 법안의 연내 처리는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열린우리당의 불만이 크다. 여당 단독으로라도 본회의를 열게 해달라는 요구에 김 의장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여당에 대한 김 의장의 시선도 곱지 않다고 한다. 의장실의 한 관계자는 "여당이 4대 법안 중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협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의장은 답답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욱.신용호.이가영 기자 <jwkim@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