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개성공단 첫 제품 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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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 기업이 북한에 투자해 조성한 개성공단에서 첫 번째 생산품이 나왔다. 북한 핵문제로 야기된 한반도 주변의 엄중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제 개성공단에서 첫 번째 제품이 생산됨으로써 개성공단은 이제 남북경제협력의 새로운 상징으로 자리잡게 됐다. 비록 첫 제품은 냄비 2종 1000세트에 불과하지만 개성에서 생산된 제품이 당일 서울의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현실은 남북한이 협력만 한다면 '1일 경제협력권 시대'를 조기에 열어 남북 모두에 상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본궤도에 들어서고 있는 금강산 관광 사업에 이은 개성공단 사업의 성공적 출발은 비록 통일의 길이 아직은 멀게 느껴지지만 남북한 주민들에게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 수준을 높여 통일의 길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첫 제품 생산이 주는 흥분과 희열만을 앞세울 수 없다. 앞으로 진행될 다양한 형태의 남북 협력 사업이나 현재의 개성공단 사업의 미래가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

미시적으로는 개성공단 사업을 추진하면서 나타난 사업비 등 투자 재원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조달할 것이냐는 문제에서부터 남쪽 기업인과 기술자들의 남북한 통행절차 간소화 문제, 통신 문제, 북측 일부 인사의 관료주의 병폐 등 극복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여기다 제품의 판로 및 수출 관련 제도 개선, 전략물자로 분류된 민감한 생산설비의 개성공단 설치 문제 등 국제사회와 협력해 풀어야 할 문제도 많다. 동.서독의 경우 주변국과 미국으로부터 분단상황의 특수성을 인정받아 서독을 통해 관세 등 무역장벽 없이 수출이 가능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거시적으로는 북핵 문제가 진전이 없을 경우 북한과 경제협력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도 큰 고민거리다. 정부는 북한에 북핵 해결의 중요성을 분명히 제기해야 한다. 이 점에서 미국과의 협력과 신뢰 강화는 필수적이며 남북협력 시대에도 한.미동맹은 더욱 굳건해야 할 것이다. 남북 관계는 성숙한 동맹외교가 뒷받침될 때 꽃 피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