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현·송영진 막판 분전 벼랑끝 세이커스 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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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바다 내음을 머금은 봄바람에 창원의 벚꽃은 거의 다 졌다. 그러나 정상을 향한 프로농구 LG 세이커스의 꿈은 파릇파릇 돋아나 짙어가는 신록처럼 생생히 살아있었다.

세이커스는 1일 창원에서 벌어진 5전3선승제의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준결승 4차전에서 동양 오리온스를 95-87로 물리쳐 2승2패 동률을 이뤘다. 챔피언 결정전 티켓의 주인은 3일 대구에서 벌어지는 5차전에서 가려진다. 3쿼터 5분30초까지 세이커스가 66-48로 리드했다. 세이커스 칼 보이드(16득점)·마이클 매덕스(20득점) 모두 잘 싸웠다. 그러나 세이커스 김태환 감독은 얼음덩이를 지고 사막을 건너는 심정이었다. 매덕스는 2쿼터 7분, 보이드는 3쿼터 4분40초 만에 4파울에 걸렸다.

오리온스의 두 외국인 선수 마커스 힉스와 라이언 페리맨의 위력을 아는 김감독이 불안할 것은 당연했다. 보이드는 파울수가 3개를 넘을 때부터 억울해했다.3쿼터 6분37초,드디어 보이드는 5파울로 물러났다. 스코어는 66-53으로 여전히 세이커스의 리드.

위험했다. 보이드 대신 송영진이 힉스를 막아야 했다. 아무래도 힘에 부쳤다. 세이커스 골밑이 약해지자 삼바춤을 추는 듯 리드미컬한 힉스의 골밑 플레이가 시작됐다. 김병철·김승현·페리맨이 힉스의 패스를 착실히 골로 연결,3쿼터 8분30초쯤엔 61-70까지 따라붙었다. 2,3차전에서 졸전을 거듭하던 조우현(21득점)과 송영진(14득점)이 이 순간 불끈 힘을 냈다. 둘 다 중앙대 시절 김감독의 제자.세이커스는 3쿼터에만 3개의 3점슛을 넣은 조우현의 점프슛과 송영진의 3점포로 77-63으로 앞선 채 4쿼터를 맞으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조우현과 송영진은 신들린 듯했다.경솔하다는 지적을 받던 조선수는 얼음처럼 냉정했고 맥없다는 송영진은 독기로 가득했다. 젊은 리더의 분전에 조성원의 외곽슛이 가세하고 매덕스가 냉정을 되찾아 끝까지 코트를 지키면서 세이커스는 승리를 낚았다.

창원=허진석 기자

◇오늘의 프로농구(오후 6시)

이지스-나이츠(전주·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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