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당권 도전" : 13일 만에 입장 바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민주당 한화갑(韓和甲)고문이 1일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중도 사퇴(3월 19일)한 뒤 방향을 바꾼 것이다. 당시 韓고문은 "당권에 나가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그 때문에 13일 만의 번복은 "말 바꾸기"라는 논란을 불렀다.

한 당직자는 "국민·당원에게 한 약속을 뒤집은 것은 韓고문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남을 것"이라며 "말 바꾸기에 대한 비난여론을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경쟁 후보측에선 "당과 본인의 신뢰에 상처를 입히는 것", "뒤에서 지구당위원장을 움직여 전면에 나서는 새로운 줄세우기 수법"이라고 비난했다.

韓고문은 "고민 끝에 원내외 지구당위원장과 당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말에 책임지지 못한 데 대해선 용서를 빈다"고 말했다.

韓고문이 당권경쟁에 뛰어듦으로써 경선 판도는 4파전이 됐다. 박상천(朴相千)·정대철(鄭大哲)고문과 3일 출마선언을 하는 한광옥(韓光玉)대표가 민주당 대표 자리를 놓고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韓고문의 당권 출마로 그가 이끄는 동교동계 신파와 권노갑(權魯甲)전 고문을 중심으로 한 구파간 당권 다툼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구파가 한광옥 대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포스트 DJ를 노린 신·구파간 주도권 싸움이 본격 시작된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韓고문 출마에 주도적 역할을 한 김원길(金元吉)의원도 "특정한 사람에 의해 당이 관리되는 체제로는 희망이 없다. 韓고문의 출마는 '수평적 리더십'을 창출해 새로운 당내 주류를 형성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 경쟁은 대통령후보 경선과도 얽혀 있다. 이인제(李仁濟)고문측은 "노무현 대권-한화갑 당권 구도를 만들려는 것"이란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선 韓대표 사임에 따른 대표직무대행으로 김영배(金令培) 당 선관위원장을 내정했다. 이를 두고도 당내에선 "구파와 가까운 金위원장을 대표대행으로 임명해 당 운영에서 구파의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속셈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정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