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헤지펀드, KT&G 경영권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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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국내 최대 담배기업인 KT&G가 영국계 헤지펀드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15일 확인됐다.

KT&G 측은 이날 "대주주인 영국 헤지펀드 TCI(The Chidren's Investment Fund)가 최근 수차례에 걸쳐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지 않으면 다른 유럽계 투자자들과 연합해 현 이사진 전원을 해임할 것'이라고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KT&G 관계자는 "TCI는 지난달 초 영국 기업설명회(IR) 때 곽영균 사장과 면담을 하면서 이 같은 주장을 한 뒤 e-메일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계속 위협을 가해오고 있다"며 "조만간 회사의 공식적인 대응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운용자산 20억달러(약 2조1000억원) 규모의 TCI는 현재 KT&G 지분 4.3%를 확보하고 있다. KT&G의 외국인 주주로는 지난 7일 지분을 공시한 미국 자산운용사 프랭클린 템플턴(5.04%)에 이어 두번째다.

KT&G 측은 이들의 행동이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며, 경영권 교체 위협을 언론에 흘리는 등 최근 헤르메스가 삼성물산에 취한 행태와 비슷해 '주가 띄우기용'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 TCI는 전날 일부 경제지에 배포한 자료에서 "KT&G가 자사주 매입계획분(24%)을 전량 소각하지 않고 이 중 10%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기려는 것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를 강행할 경우 최후의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TCI에 밀접한 한 국내 소식통은 "TCI와 경영진 간 갈등이 커지면서 경영진 교체 얘기까지 나온 것으로 안다"며 "경영진과 TCI 간의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KT&G 관계자는 "회사측 파악으로는 외국인 주주 대부분이 미국계로 TCI를 포함한 유럽계 지분율이 20%에 못미쳐 실제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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