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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陣中 도서관' 확충 군장비 못잖게 중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국민의 정신을 돌보는 것도 국방입니다."

"최소한 1천억원씩 하는 비행기 한 대 값의 10분의 1만 도서관 인프라에 투자해도 69만 장병들의 정신력을 훨씬 높일 수 있을 겁니다."

지난 26일 오전 7시30분 국회의사당 본청의 귀빈식당은 이른 아침부터 토론 열기로 뜨거웠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과 '책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공동대표 도정일 교수), 그리고 '사랑의 책 나누기 운동본부'(본부장 민순자)가 공동주최한 '진중(陣中) 도서관 건립을 위한 조찬 토론회'장이었다. 현재 국방부 예산의 0.002%에 불과한 23억원의 도서 구입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고, 진중 도서관 건립을 법적으로 의무화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국방부에서도 모처럼 '원스타'급 관계자가 나와 진지하게 의견을 나눴다.

민본부장이 이 나라의 '보통 어머니'로서 진중도서관으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가 가슴에 와닿았다. "군입대를 앞둔 아들이 '겁난다. 답답해서 미칠 거다'라고 말하는 걸 들으니 은근히 걱정이 됐어요. 군대가 많이 변했다지만 문화적·정신적으론 아직도 불모지나 다름없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1999년부터 그가 육군 대대급에 세워온 진중 도서관이 12개. 현재 사단급 이하의 군부대에는 이런 민간단체들이 만들어준 40여개 도서관 외에 장교들의 의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세워진 도서관이 몇 개 있을 뿐이다. 육군의 경우 대대별로 한 개씩만 만들어도 4천5백여개가 된다.

문제는 도서관 시스템 구축이 다른 군장비의 현대화 못지않게 시급한 사안임을 군 관계자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러가지 문화적 혜택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2년여의 군복무 기간이야말로 젊은이들에게 독서의 효용성과 기쁨을 맛보게 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더구나 정의원의 말마따나 사병들의 독서환경마련이 이젠 전략적 차원에서 검토돼야 할 때다. 도서관을 통한 평등한 정보접근은 민주사회의 가치를 일깨워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우리 군의 '힘'을 키워줄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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