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권-한화갑 당권 : 與 경선구도 '嶺·湖南연대'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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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박상규(朴尙奎)·김원길(金元吉)의원 등은 27일 기자 간담회에서 한화갑(韓和甲·얼굴(右))고문의 최고위원 경선 출마를 공식 권유했다.

金의원은 "조만간 韓고문을 만나 지도부에 들어가 일하도록 권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韓고문이 대선 후보 경선에 나가면서 '당권엔 나서지 않겠다'고 손발을 묶어 놓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이 족쇄를 풀어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韓고문이 이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당권 경쟁 판도를 흔들어 놓을 수 있다. 한광옥(韓光玉)대표와 정대철(鄭大哲)·박상천(朴相千)고문의 3파전에 가장 강력한 후보가 새로 뛰어드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는 당내에 탄탄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다. 8·30 최고위원 경선(2000년)에서 1등을 했다. 이날 주최측이 밝힌 동참·서명 의원 수는 62명(지구당위원장은 97명)으로 민주당 전체 의원(1백15명)의 절반이 넘는다.

이는 대권 경쟁 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고위 당직자는 "'노무현(얼굴(左)) 대권-한화갑 당권' 구도로 판이 짜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영남 후보'를 앞세워 온 盧고문과 당내 지지 기반이 확고한 韓고문이 결합하는 '영·호남 연대'로 모양새가 꾸려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렇게 될 경우 '충청+호남 연대'를 기대해 온 이인제 고문이 타격을 입는 반면 盧고문의 상승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 모임에 이재정(李在禎)·임종석(任鍾晳)의원 등 盧고문 쪽과 가까운 개혁 세력이 상당수 가세하고 있는 것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영·호남 연대로 대권·당권 판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동교동계 신·구파가 다시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李고문이 이날 "특정 세력에 의지한다는 오해를 불식하겠다"며 동교동계 구파와의 결별을 예고한 것도 '동교동계 신·구파 화해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韓고문의 핵심 측근도 "같은 목적을 위해 신·구파는 숙명적으로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제주에 머물고 있는 韓고문은 측근을 통해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다음주 중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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