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들의 소주 예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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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3면

#장면1- 지난 26일 오후 7시쯤 경기도 부천시 한 대학 앞 술집. 여대생으로 보이는 20대 3명. 둘러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그들 앞에는 소주병이 놓여있다. 이들은 소주 한 병을 더 시켜 3명이 2병을 나눠 마신 뒤 1시간여 만에 자리를 떴다. 술값은 각자 나눠 내는 더치페이였다.

#장면2- 서울 신촌의 대학가 한 주점. 지난 25일 오후 7시30분쯤. 10여 개의 테이블 중 2곳에서 여대생들이 소주를 마시고 있다. 30여 분이 지나자 이들 중 한 팀은 역시 더치 페이로 계산한 뒤 남은 돈으로 인근 생맥주 집으로 2차를 갔다.

대학가 술집에서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여대생도 소주를 즐긴다. 소주는 이제 더 이상 남학생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과거에는 남녀 학생이 같이 자리를 할 경우 여대생들도 분위기를 맞추느라 한두 잔 소주를 걸치는 정도였다. 소주 칵테일을 즐기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아니다. 여대생들끼리도 '당당히' 소주를 시켜 마신다.

왜 그럴까.

소주로 술을 배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새 학기면 대학가 술집들은 신입생 환영회, 개강 파티 등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 때 메뉴는 대부분 소주다. 우선 싸기 때문일 것이다. 소주에 입도 못 대던 새내기 여대생들은 대부분 여기서 술을 처음 마시고 소주를 대하게 된다. 학과별 신입생 환영회,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 고교 동창회의 신입생 환영회 등 환영회에 몇 번 참석하다 보면 자연 소주와 친숙해 진다는 것이다.

25일 신촌에서 만난 한 여대생은 "데이트할 때도 자연스레 소주를 찾는 연인들이 많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도 해결해 준다."고 말했다.

우먼 파워가 강화되면서 여대생들 사이에 술에서도 남자에 질 수 없다는 묘한 심리가 깔려 있는 것도 여대생들이 소주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가 된다.

소주를 부드럽게 연성화한 것도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소주는 1965년에는 30도였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요즘 대학가에서는 색을 넣은 소주 칵테일도 유행하고 있다. 예전에는 오이소주가 인기였다. 요즘에는 이는 기본이고 요구르트소주·커피소주·포도소주까지 등장해 잘 팔리고 있다. 요구르트 소주는 술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달콤하고 순하다.

J섹션 김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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