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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팬 찾아온 '노래의 봄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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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지난 21일 오후 서울 마포의 한 스튜디오. 정태춘·박은옥씨 부부가 연주인들과 함께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26일부터 펼칠 공연에 대비한 연습이었다. 이번 공연은 2주일 동안 계속된다. 공연장은 덕수궁 옆 세실극장. 화·목·금요일 오후 7시30분, 수·일·공휴일 오후 3시, 토요일 오후 4시·7시30분. 02-3272-2334.

"소극장 장기 공연은 1987년 이후 처음입니다. 오랜만의 장기 공연인 만큼 꼼꼼히 준비해야죠."(박은옥)

이번 공연은 '정태춘·박은옥 20년 골든 앨범' 발매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이 앨범에는 서른세곡이 들어 있다. 정씨가 스물다섯, 박씨가 스물두살 때였던 78년 낸 첫 앨범 '시인의 마을'부터 98년 '정동진/건너간다'까지 20년 동안 발표한 열한장의 앨범에서 고르고 고른 노래들이다.

정·박 부부는 전날인 20일 밤에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송창식씨 등 중견 포크 가수들과 함께 포크송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정씨는 "중년팬들이 세종문화회관을 가득 메웠더군요. 공연장을 찾는 성인 가요팬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10대 위주로 획일화됐던 가요계에 어떤 변화의 기운이 느껴집니다"라고 말했다.

정씨의 말처럼 대중음악에 대한 30대 이상 성인팬들의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성인팬들을 겨냥한 국내외 뮤지션들의 공연이 잇따르고 있고, 흥행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낳고 있다. 오랫동안 침묵했던 성인 뮤지션들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퓨전 재즈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돌풍은 특히 인상적이다. 지난 연말 발표한 7집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 팀은 4월 5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에서 다시 공연한다. 1588-1555.

세종문화회관은 운동장과 체육관을 제외하면 국내 최대 규모 공연장이다. 이곳에서 두달 만에 앙코르 공연을 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지난달 공연(본지 2월 25일자 47면 공연리뷰)의 열기는 대단했다.

'미사리 스타'로 불리는 가수 박강성씨의 소리없는 인기몰이도 주목할 만하다. '장난감 병정' '내일을 기다려' 등의 히트곡을 가지고 있는 그는 지난해 오랜 만에 5집 '노스탤지어'를 낸 데 이어 최근 SBS 드라마 '화려한 시절'삽입곡을 부르는 등 재기에 성공했다. 4월 5일 오후 4시, 6일 오후 4시·7시30분, 7일 오후 4시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지상낙원'이라는 제목으로 공연한다. 02-522-7747.

핑크 플로이드의 로저 워터스가 4월 2일 오후 7시30분 잠실종합경기장에서 펼치는 대형 공연(02-399-5889)과 그룹 스모키의 오는 30일 오후 6시와 10시, 31일 오후 6시 연세대 대강당 공연(02-522-7747) 등 중견 외국 뮤지션들의 공연 역시 성인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대형 중견 가수 최성수씨가 6년만에 새 앨범을 내놓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이번 주에 발매될 최씨의 앨범 '위스키 온 더 록'은 그의 아홉번째 정규 앨범이다. 최씨는 97년 미국 보스턴 버클리음대로 유학을 떠나 3년 만에 졸업하고 1년여 준비 끝에 새 앨범을 냈다. "미국 유학을 통해 얻은 것은 제 정체성이라고 할까요. 재즈·뮤지컬 등 많은 공부를 했지만, 결국 내가 해야 할 음악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고 새 앨범은 그에 대한 결과물입니다."

그는 "많은 이가 10년 가까이 지속돼온 댄스 일변도의 음악 흐름에 식상했다고 한다. 어떤 대안이 필요한 때며 기꺼이 내 몫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월 26일부터 사흘간 서울 리틀엔젤스 회관에서 공연한다. 02-764-5150.

성인팬들의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확산될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대중 음악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 세대·장르의 다변화가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런 흐름은 긍정적이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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