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지금 '동물 천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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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동물들이 TV 브라운관으로 몰려온다. SBS '동물농장'(사진)이 첫 방송 이후 10개월 간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방송사들마다 동물 관련 프로그램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동물의 생활을 소재로 한 시추에이션 코미디부터 동물이 주요 배역으로 등장하는 드라마까지 형식도 다양하다. 장수 프로 '동물의 왕국'이 생태학적 고찰과 지식을 전달하는 다큐멘터리라면 최근의 프로그램은 동물들 사이의 사랑과 배신·질투 등 감정 등에 무게를 둬 재미를 더한다.

다음 달 1일 봄 개편을 맞아 KBS와 MBC는 각각 '주주 클럽'과 '와우 동물천하'를 신설한다. '주주(Zoo Zoo) 클럽'(월요일 밤 8시20분)은 동물들의 특이한 습관과 성질을 집중 탐구한다. '와우 동물천하'(금요일 밤 7시20분) 또한 동물들의 생태와 습성을 소재로 한 버라이어티 쇼다.

드라마도 동물을 출연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3월 첫선을 보인 시트콤 KBS '동물원 사람들'(월~금 저녁 7시45분)은 서울대공원 동물원과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제작진은 서울대공원에 둥지를 틀고 있는 3백60여종,2천6백여마리의 동물을 엑스트라급으로 출연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동물 프로그램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주주클럽'이나 '와우 동물천하'의 경우 형식이 기존의 SBS '동물농장'과 비슷해 차별성이 없는 데다 내용이 깊이를 갖추려면 적어도 수개월간 촬영을 해야 함에도 현재의 제작 현실에서는 이 정도의 준비 과정을 거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원 사람들'도 아직 동물이 본격적으로 이야기의 중심축에 들어오지 못하는 등 기대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동물농장' 박두선 PD는 "동물들은 말이 통하지 않고 카메라와 빛에 민감하기 때문에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질좋은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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