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 낙후' 중국의 두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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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5일 중국 서북의 칭하이(靑海)성 주취안(酒泉)에서 세번째 무인 우주선 '선저우(神舟)3호'(사진)가 성공적으로 발사돼 중국도 유인 우주선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떠오르는 중국'의 힘을 실감케 하는 것이 비단 우주선만은 아니다.베이징(北京) 도심에는 첨단 건물이 줄줄이 들어서고 자동차 물결은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양지 뒤에는 그만큼의 그늘이 있게 마련이다. 베이징의 시가지에는 최고급 벤츠 승용차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그러나 짙은 배기 가스를 내뿜는 낡은 '샤리(夏利)' 자동차가 절반 이상이다.샤리는 1970년대 말 중국에서 생산된 고물차다. 털털거리며 샤리는 베이징 시내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베이징은 첨단과 원시가 공존하는 도시다. 베이징의 휴대폰 보급률은 성인 기준으로 30%가 넘는다.그러나 베이징 중심가 왕푸징(王府井)의 화려한 빌딩 숲에는 다 부서지고 때묻은 공중전화가 무슨 얼룩처럼 붙어 있다.'선진 지능건물'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건 첨단 인텔리젠트 빌딩 옆에는 누추한 서민가옥인 핑팡(平房)이 나란히 붙어 있다.

베이징에는 '만한취안시(滿漢全席)'라는 이름의 청나라 궁중요리를 파는 집이 있다. 이 집은 외장은 물론 내부 장식까지 청조(淸朝) 황실을 연상시킬만큼 으리으리하다."8천8백88위안(약 1백42만원)짜리 호화 요리가 동이 날 지경"이라는 것이 식당 종업원의 귀띔이다.아무리 졸부들이 많다는 베이징이지만 서민들로선 상상하기 어렵다.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차오양취(朝陽區)에서는 수백명의 막노동 일꾼들이 한그릇에 5위안(약 8백원)씩 하는 국밥 그릇에 얼굴을 박고 있다.

지난주 최악의 황사가 베이징 등 8개 성(省)·시(市)를 휩쓸었다.지난 20일 베이징 교외로 나가 몇m 높이로 쌓여 있는 모래더미를 직접 확인했다. 한 주민은 "시내는 건물 때문에 그래도 좀 낫지만 벌판뿐인 교외에 황사가 몰아치면 정말 견디기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만난 한 중국인 교수는 "중국은 이미 거대한 오염더미로 변했다"고 한탄했다. 발해만은 '쓰레기만'이 됐고, 양쯔(揚子)강은 '폐수'가 된지 오래다. 우주선과 황사에는 21세기의 초입에 선 중국에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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