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뜨거운 피가 패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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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8강전
[총보 (1~277)]
黑. 송태곤 7단 白.왕시 5단

조용히 기다리는 자의 '한칼'은 무섭다. 장사로 소문난 송태곤7단과 때를 기다리며 상대의 오버페이스를 노리는 왕시5단의 싸움도 그 한칼로 끝났다.

왕시는 속으로 생각할 것이다. '나 역시 싸움을 회피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생리적으로 흐르는 화살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난전이 싫을 뿐이며 그래서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

이 판은 그 같은 왕시에게 딱 떨어지는 한판이었다. 기회는 우상 흑69에서 찾아왔다. 잔잔하게만 흐르는 바둑에 잠시 느슨해진 송태곤은 귀의 뒷맛을 해소하는 방책으로 69에 붙였다. 약간의 위험이 감지되기는 하지만 무슨 큰 수가 있으랴 하고 방심했다. 순간 왕시로부터 반격의 한 칼이 날아왔다.

69의 최선은 '참고도 1' 흑1이었다. A, B를 엿보는 정중동(靜中動)의 한 수.

그러나 이 같은 고요함에 계속 몸을 맡기기엔 송태곤의 피가 너무 뜨거웠는지 모른다.

'참고도 2'가 실전이다. 흑1의 붙임(69)에 왕시는 2로 젖힌 다음 4로 급소를 쳤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이 한방에 흑은 큰 상처를 입었고 그후 줄기찬 노력에도 불구하고 패세를 뒤집을 수 없었다. (79-72,102-67, 214-29 231-119, 233-228, 234-100, 238-149, 240-114, 255-170, 271-110, 276-239, 277-200)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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