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밀베르크 BMW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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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비싸지만 고급차만 만든다는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먹혀든 것 같다."

퇴임(오는 5월 16일)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요아킴 밀베르크(59·사진)BMW 회장은 자신의 경영방침을 이렇게 요약했다. 기업의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심은 것이 주효했다는 스스로의 평가다.

BMW는 1994년 영국의 로버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양()의 경영을 염두에 뒀었다. 자연히 고급차 메이커라는 회사 이미지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98년 회장에 취임한 그는 이래서는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2000년 5월 적자투성이의 로버를 영국 피닉스재단에 단돈 10파운드(약 2만원)를 받고 팔아버렸다. 한 지붕에서 고급차와 대중차를 함께 만들다 보니 죽도 밥도 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의 고급차 전략은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으로 입증됐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대부분의 자동차회사들이 고전했으나 BMW는 세전 순이익이 전년보다 60%나 늘어난 32억4천만유로(약 3조7천억원)를 기록했다. 연간 차 판매량은 90만대로 현대차의 60%에 불과했으면서도 이익은 현대차(1조6천7백억원)의 두 배 이상 됐다.

밀베르크는 "고급차 시장은 대중차 시장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는 만큼 고급차 생산업체는 앞으로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는 또 "BMW는 소형차에서부터 대형차까지 모든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고, 글로벌 판매망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회사를 합병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후임으로 앞으로 BMW를 이끌 헬무트 판케(56)현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적임자"라고 말했다.

뮌헨=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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