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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친환경 개발의 모델 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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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새만금 개발사업이 시작된 지 올해로 15년이 지났다. 그토록 긴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히 쟁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 사업이 갖는 중요하고도 복잡한 의미 때문일 것이다.

새만금사업은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다. 33㎞에 이르는 긴 방조제에 여의도 면적의 100배에 이르는 1억2000만평의 거대한 규모, 그리고 동북아 경제의 중심축에 속한 지리적 위치는 새만금 개발이 국가경제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의 하나인 동북아 경제권에서 새만금은 생산과 교역.관광의 거점으로, 국제경쟁력을 지닌 친환경적인 농업생산기지로 개발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이 새만금 사업을 지역민을 호도하는 전북도의 허황된 꿈으로만 이해하고 있다. 환경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산업화에 따른 각종 환경피해가 나타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 새만금 사업은 그 거대한 규모에서도 알 수 있듯 엄청난 환경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란 점도 부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환경을 걱정하는 많은 국민의 관심 대상이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새만금 사업에 대한 관심은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대안 없는 무조건적인 반대나 극단적인 행동의 표출은 자제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대립적 논쟁이기보다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에 있기 때문이다.

그 방법론의 설정은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그로부터 경제적 부가가치를 확보하는 데 기초해야 할 것이다. 소위 친환경적인 개발이 전제돼야 하는 것이다.

친환경적인 개발을 전제할 때 새만금 개발을 위한 다양한 대안이 제시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개발은 한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단계적이고 순차적으로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경제적 가치가 확보될 수 있도록, 그리고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개발돼야 하는 것이다. 새만금 개발이 한국의 미래 공간이라는 인식 아래 추진된다면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환경친화적인 개발 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새만금은 개발과 자연을 조화시킬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갖고 있다.

이제 새만금은 국제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국가의 예비공간으로, 중요한 국가정책을 시험하고 개발할 수 있는 창조의 공간으로, 그리고 미래의 생활과 문화환경을 조성하고 발전시킬 미래의 공간으로 인식돼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21세기 동북아 경제를 선도해나갈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국가의 현안사업으로, 동시에 후손에게 물려줄 우리의 국토라는 인식으로 접근해야 할 일이다.

한영주 전북발전 연구원장

*본란은 16개 시.도의 72명 오피니언 리더가 참여, 지난 4월 결성된 중앙일보의 '전국열린광장'제2기 위원들의 기고로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