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강경파 득세하는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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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국회'가 진행 중이다. 한나라당이 불참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우리당이 단독 국회를 강행하고 있다. 정기국회에 이어 또 파행의 연속이다.

요즘 국회엔 17대 출범 당시 상생을 다짐했던 여야는 없다. 대신 서로를 불신하는 볼썽사나운 여야만 있을 뿐이다.

국회 파행의 원인이 국가보안법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번 살펴보자.

한나라당이 성안 중인 보안법 개정안은 열린우리당이 당론 결정을 위해 마련한 개정안과 별로 다를 바 없다.

여권 내에서는 "보안법 개정이나 폐지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도 나온다. 여당의 폐지안과 야당의 개정안을 놓고 협상을 시작하면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왜 대화가 안 되고 싸우기만 하는 걸까. 신뢰가 없어서다.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여야가 서로 믿지 못한다"고 했다. 실제 여당은 한나라당이 시간을 무한정 끌어 폐지안 자체를 막겠다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상임위 토론 과정은 협상을 했다는 명분용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표결을 통해 폐지안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김덕룡 원내대표도 최근 "여당을 믿을 수 없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양당에서 강경파의 목소리만 득세하는 것도 문제다. 야당 내에는 보안법을 전향적으로 개정하자는 의원이 절반을 넘는다.

여당에도 보안법 개정이나 대체입법을 주장하는 다수의 의원이 있다. 그런데도 회의만 열면 "수로 밀어붙이자" "당 명운을 걸고 막아라"는 강경 발언만 난무한다.

하지만 폐지안 상정을 주도하고 있는 한 여당 법사위 의원이 14일 기자에게 한 말은 작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는 "보안법 논쟁엔 결국 완승도 완패도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여야 모두 자신의 주장만 관철한다는 자세로는 상생이 어렵다.

서로 속내를 보여주고 또 읽어야 한다. 그럴 때 얽힌 실타래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신용호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