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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神' 람세스·네로 등 황제들 영욕의 삶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0면

책표지 두개의 짤막한 글은 뉘앙스가 서로 다르다. 그러나 이집트의 람세스2세, 16세기 스코틀랜드의 미모의 여왕 메리 스튜어트, 로마의 네로, 중국 진시황제 등의 무소불위 권력과 대추락을 담은 이 책의 컨셉트를 설명하는데는 서로 보완적이다. "영원을 추구하며 세상을 뒤흔든 사람" "신이 되고 싶어했지만, 인간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과장이 아니다. 재위기간 67년의 람세스 2세는 신격(神格)의 권력가였다. 역대 파라오 중 가장 많은 건축물을 지었고, 프랑스 파리의 콩코드 광장에 옮겨 세워진 오벨리스크(무게 1천t)역시 그의 영광을 드러낸 작품이다. 책을 보면 자녀만 공식적으로 85명이라는데, 첫번째 부인은 네페르타리라고 한다. 람세스 2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 한명의 여인"이라며 최고의 찬미를 보낸 여인이다.

현재 이탈리아에 옮겨진 네페르타리 흉상은 그의 아름다움을 확인시켜주지만, 람세스 2세는 5명의 '위대한 왕비'를 하렘(후궁)에 따로 두고 있었다. 그런 권력가도 역시 죽는다. 그의 미라를 분석한 프랑스측의 4백쪽짜리 최근 보고서를 보자."키 1백73㎝, 붉은 색 염료 '헤나'로 머리염색을 해 한껏 멋을 낸 90세 노인, 말년에는 고통스런 관절염 환자,사인은 치아 농양으로 추정".

대중적 역사물 『역사의 지배자』에 실린 정보는 세밀하다. 그건 이유가 있다. 독일어 원본 제목이 『스핑크스,역사의 비밀』(Sphinx, Geheimnsse der Geschichte)인 이 책은 본디 독일 공영방송 ZDF TV의 역사 다큐멘터리물에 토대를 둔다. 기존 아카데미즘의 해석으로부터 자유롭다. 책을 쥐면 영상 이미지가 어른거리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어머어마한 권력을 가졌던 네로 황제 등과 대조적인 사람은 메리 스튜어트 여왕. 남부의 잉글랜드와 바다 건너 프랑스라는 2강(强)에 시종 밀렸던 스코틀랜드의 이 여왕은 권력기반이 불안했고 연속 비명횡사하는-한번은 여왕이 간통을 위해 독살했다는 혐의도 있다- 남편들 때문에 여러 번 결혼을 해야 했는데, 그가 너무도 예뻤다는 점이 화근이었다.

불가사의하고 모순에 찬 스튜어트 여왕에게 최악의 평가는 "육욕 때문에 파멸을 맞은 여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동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불행했으나 열정에 찬 여인"으로….

조우석 기자

『역사의 지배자』는 네로 황제에게도 후한 점수를 준다. 네로는 권력 때문에 어머니를 살해하고 부인까지 죽인 로마 방화범이라는 게 그간의 상식. 그러나 이 책은 그건 타키투스 같은 역사가들의 음모라고 본다."증거불충분으로 인한 무죄"(1백88쪽)가 이 책이 내리는 판결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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