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슈터 문경은 "주연보다 조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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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프로농구 SK 빅스의 문경은(사진)은 지난 17일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베스트5'로 선정됐다. 1997~98시즌에 이어 두번째. 명성에 비해 상복은 없었다. '기록상'인 3점슛상을 두번 받았을 뿐 투표로 결정되는 개인상은 베스트5 두번이 전부다.

한때는 주지 않는 상에 목이 말랐다. 그래서 '오버'도 했고 솔직히 한두번은 경기를 망치기도 했다. 그러나 빅스로 이적한 후 처음 맞는 플레이오프에서 '문경은이 오버하는 바람에 빅스가 졌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어떻게 할 것인가. 19일 벌어지는 LG 세이커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3전2선승) 첫판을 앞두고 문경은은 내심 결론을 내려 두었다. "주연을 하려고 들면 빅스가 진다. 조연에 그쳐도 할 수 없다"고 수없이 다짐한다. 골밑 위주의 확률농구를 원하는 유재학 감독의 마음을 꿰뚫어 본 것이다.

정확한 판단이다. 빅스는 조니 맥도웰·얼 아이크 등 본격 포스트 플레이가 가능한 '전략 폭격기'를 보유하고 있다. 중간거리 밖에서 움직이는 세이커스의 마이클 매덕스·칼 보이드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대신 세이커스는 장거리포 수에서 빅스를 압도한다. 빅스에는 문경은이 유일하지만 세이커스에는 조성원·조우현이 있고, 구병두·송영진 등이 벤치에서 기다린다. 특히 조성원은 단기승부에 강한 최고의 '저격수'다.

빅스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조성원이 장거리포를 터뜨리자 흥분한 문경은이 반격을 서두르다 불발탄을 남발, 순식간에 스코어가 벌어진다. 그러자 맥도웰이 "내가 왜 골밑에서 고생을 하느냐"며 외곽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최선은? 문경은이 '킬러' 역할에 만족하며 흔치 않은 3점슛 기회를 잘 살리는 것이다. 빅스로서는 다행히도 문선수가 올시즌 세이커스전에서 잘 싸웠다. 경기당 20.5득점으로 자신의 시즌 기록(경기당 17.1득점)보다 좋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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