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어워즈] 평판보다 투자정보 정확성 평가 … 신뢰도 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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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증권시장을 가리켜 흔히 자본주의 경제의 꽃이라고 한다. 돈이 필요한 곳으로 흘러 들어가 개인과 사회의 부가 극대화되는 경지에 이른다면 어찌 꽃이라 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 경지에 이르는 길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금융시장은 돈이 기업에 흘러가는 방식에 따라 직접 금융시장과 간접 금융시장으로 나뉜다. 간접 금융시장에서는 금융회사가 발행회사의 가치를 평가해 예치된 자금을 공급한다. 반면 자본시장이라고 불리는 직접 금융시장에서는 투자자가 스스로 발행회사의 가치를 따져 직접 자금을 공급한다. 그러나 대다수 투자자에게는 기업의 가치를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보의 매개자가 바로 애널리스트다. 이들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기업의 정보를 분석하고,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 발행회사와 투자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는 ‘자본시장의 나침반’이다.

경제 활동의 범위가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넓은 시야로 세계 전체를 바라보고,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 나갈 수 있는 전문성은 애널리스트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자격 요건이 됐다. 기업과 산업을 꿰뚫는 전문성과 함께 이해가 상충되는 상황에서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윤리성도 애널리스트에게 필수적인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가치에 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투자자가 시장을 신뢰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시장에서 증권의 가격이 공정하게 형성돼 자본이 효율적으로 공급될 때 시장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세계적 석학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그의 저서 『트러스트』에서 “신뢰야말로 경제적 번영의 원천”이라고 지적했듯,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시장만이 자본주의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신뢰가 살아 있는 자본시장을 건설하는 데 애널리스트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문제는 애널리스트가 발행회사와 투자자의 이해가 서로 맞부딪히는 상황에 항상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도 애널리스트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깨닫고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2008년 애널리스트 윤리강령을 제정·공표했고, 최근에는 조사분석 자료의 신뢰도 향상을 위해 애널리스트 공시 시스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제정된 ‘중앙일보·톰슨로이터 애널리스트 어워즈’는 평판에 기대지 않고 애널리스트들이 작성한 투자 정보의 정확성만을 기준으로 수상자를 선정한다는 점에서 우리 자본시장의 신뢰 향상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이 시상식을 통해 시장을 이끌어 갈 많은 인재가 발굴돼 자본주의 경제가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를 바란다.

황건호 한국금융투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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