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씨 계좌 수십억원 실제 주인은 누굴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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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성환(사진)씨의 차명계좌에서 나온 거액의 자금이 아태평화재단 신축 공사를 맡았던 건설업체로 흘러들어갔음이 밝혀져 金씨가 아태재단의 자금을 관리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검팀이 金씨-김홍업 아태재단 부이사장-이수동 아태재단 전 상임이사의 돈거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이 계좌의 입·출금 규모는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 계좌의 출금 내역을 추적한 결과 10억원대의 돈이 아태재단 신축공사를 했던 H사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일단 이 돈이 아태재단 공사 대금으로 아태재단을 통해 지급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환씨가 아태재단 운영위원을 맡고 있었고, 金부이사장과 가까운 사이란 점에서 빌려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태재단 관계자도 "정확한 경위는 모르겠으나 자금이 모자라 金씨로부터 빌려 공사 대금을 지급했던 것으로 추측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특검팀은 金씨와 金부이사장이 고교 동창이자 학군단(ROTC) 동기라고 해도 재단측이 10억원이 넘는 돈을 金씨로부터 빌린다는 것은 쉽게 설명되지 않는 일이라 판단하고 있다.

H사로 흘러들어간 돈이 약 1년 전에 金씨 차명계좌에서 수표로 발행된 점도 단순한 자금 융통이었을 수 있다는 해명에 모순되는 부분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아태재단측이 운영난을 겪기 시작했다는 시점이 지난해 말이기 때문이다.

또 이 돈이 차명계좌에서 나온 점과 "金씨가 사업을 하며 여러 곳에서 돈을 빌렸다"고 金씨 주변 사람들이 말할 정도로 金씨의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의구심은 증폭되고 있다.

따라서 특검팀은 김성환씨가 관리해온 차명계좌에 들어 있던 수십억원의 출처와 다른 사용처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검팀은 일단 이 돈이 S음악방송, 위성방송 사업체인 A사, 부인 명의의 종이상자 제조회사 W실업을 운영해온 金씨의 개인 사업자금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 15일 고흥길(高興吉·한나라당)의원이 국회에서 주장한 것처럼 金씨가 위성방송사업자 선정 또는 택지개발 사업 등과 관련한 이권에 개입하며 만든 정치자금일 수도 있다고 특검팀은 보고 있다.

또 이 계좌의 실제 소유주가 아태재단 또는 金부이사장이나 이수동씨 등 아태재단 관계자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특검팀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수사 마감기한 내에 金씨를 검거하는데 주력하면서 이 돈의 실체를 최대한 파악해 관련 기록을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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