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변화 바람 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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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주노총의 산하 연맹 중 '빅3'에 속하는 전교조와 공공연맹의 위원장이 새로 뽑혔다. 이번에 당선된 위원장들은 모두 기존 집행부 세력을 교체한 것이어서 민주노총의 조직 판도와 진로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교조 위원장으로 당선된 이수일 후보는 기존 집행부 노선을 따른 조희주 후보를 큰 차이(득표율 17.1%포인트)로 제쳤다. 공공연맹 위원장으로 뽑힌 양경규 후보는 이호동 현 위원장을 득표율 2.4%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눌렀다.

전교조(조합원 9만여명)와 공공연맹(9만8000여명)은 금속연맹(14만7000여명)과 함께 민주노총(59만5000여명) 지분의 56.3%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조직을 누가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민주노총의 운동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선거결과는 현 이수호 민주노총 집행부에 좀더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평가다. 강성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대화를 병행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얘기다.

우선 이수일 당선자는 강경 투쟁을 중시했던 기존 원영만 지도부에 비해 현 민주노총 지도부에 훨씬 우호적이다. 원 위원장은 지난 1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전교조 출신인 이수호 위원장을 지지하지 않았다. 이수호 지도부의 공약인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 참여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반면 이 당선자는 이라크 파병 반대 수업 등 기존 전교조 집행부의 운동방식이 지나치게 투쟁적이었다고 보고 전교조의 변화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정부와의 교섭과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노사정 대화에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공공연맹의 양 당선자는 합동유세에서 "현재 한국사회의 사회적 합의는 노동운동에 대한 통제에 불과하다"며 노사정 대화에 일단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노사정 간에 사회적 교섭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

공공연맹에 소속된 서울지하철공사 노조위원장에는 김종식 현 위원장 직무대행이 당선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하투(夏鬪) 실패로 흔들린 노조 내부를 정상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어서 예년처럼 강성투쟁을 주도하기는 힘겨워 보인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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