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필리핀 거쳐 오나 北 영향 덜 받아 … 한국행 항공편도 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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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필리핀이 중국에서 추방된 탈북자들의 한국 망명 경유지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6월 중국 베이징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사무소에 들어갔던 장길수군 가족이 마닐라를 거쳐 한국에 안착한 데 이어 이번의 탈북자 25명도 마닐라를 경유한다.

1997년 2월 주중 한국대사관을 찾아와 망명한 황장엽(黃長燁)전 북한 노동당 비서도 필리핀에 일시 체류한 뒤 입국했다.

필리핀이 망명 경유지가 된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하나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이동시간이 짧고 한국 항공편이 편리하다는 점이 꼽힌다.

다른 하나는 북한과의 관계가 고려됐다. 필리핀이 동남아 국가 중에서 북한과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긴밀하지 않다는 것이다.

필리핀은 북한과 수교한 지 2년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나 한국 모두 경호 등의 측면에서 필리핀을 안전한 국가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유지 결정은 관계국 간 협상의 산물이나 1차적으로 망명 희망자 보호 공관이나 국제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해 장길수군 가족 망명 때는 신변을 보호하고 있던 UNHCR측이 여러 나라를 검토하다가 필리핀을 선택했다고 한다.

이번에도 탈북자들이 진입한 주중 스페인 대사관 측이 중국·한국·필리핀과 협의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는 장길수군 가족의 필리핀 추방 선례를 참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한·중 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망명자 경유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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